"자금시장 안정은 미시조치…통화정책 전제 안 바뀌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한은의 적격담보대상 증권에 국채 외 공공기관채나 은행채 포함하는 방안과 관련해서 "적격담보증권 확대 정책이 가져올 효과를 이번주 금통위에서 논의해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이 총재를 비롯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해 최근 변동성이 높아진 회사채와 단기자금시장 동향에 대해 점검했다.
앞서 지난 18일 열린 자금시장협의회 회의에서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 확대에 따른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은행채를 한은의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적격담보증권과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은행채가 적걱담보증권 등에 포함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보유한 은행채를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어 그만큼 자금 여력이 늘고 조달 압박을 덜 받게 된다.
한은은 앞서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은행채 등도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했다가 지난해 3월 말 한시적 조치를 종료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기업자금 경색 해소를 위해 시장에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으로 증권·금융 관계자, 금통위원들과 상의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오늘 대책에 기업유동성지원기구나 다른 방안(금융안정특별대출)은 빠졌는데, 이번 방안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하면 금통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 유동화 부실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채안펀드 보다 시장에 보다 직접적이고 강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인 SPV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SPV는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 매입기구로 정부가 위험흡수 재원을 지원하고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 산업은행이 매입기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시장 유동성 공급 필요성에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제조건이 바뀌었냐는 질문에는 "오늘 발표한 시장 방안은 최근 자산유동화어음(ABCP) 시장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 대한 미시적 조치이기 때문에 거시적 측면에서의 통화정책에 대한 운영과 배치되거나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CP 중심으로 문제가 있지 은행을 중심으로 한 자금순환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으므로 거시 통화정책 전제조건 바뀌었다고 생각 안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회사채·CP 시장의 자금·신용 경색을 풀기 위한 조치는 하겠지만, 환율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위해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는 통화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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