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 왜 난리?…"경기불안에 투자심리 위축"
"기준 금리 인상 주춤하면 투자 구간"
최근 채권 시장을 장악한 주요 단어들입니다. 이들은 채권 시장을 흉흉하게 만든 주범이라 지적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채권 시장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위험 신호를 보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 등이 물론 큰 일이긴 하지만 전체 상황을 봤을 때는 불쏘시개 역할일 뿐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최근 채권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변수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가장 먼저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것 알고 계실 겁니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시중에 풀었던 돈을 걷는 양적 긴축도 같이 가고 있습니다. 강 달러 현상도 부채가 많은 국가나 기업에 부담입니다.
이런 중에 한전채가 많이 발행됐고,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오락가락 정책으로 신뢰를 잃고 단기 사퇴하는 등 불안한 채권 시장을 자극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이런 연유로 지난 달 장내외 채권거래금액은 354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09년 1월 리먼브러더스 발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300조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투자자라면 채권 시장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주식, 예적금 등과 함께 자산 시장을 형성하는 주요 축이자 투자에 있어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올해 초 주식 시장이 휘청거리기 시작하면서 채권 시장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위험 자산을 피해 안전 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액 자산가로 불리는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inflation)과 대내외 변수가 맞물려 상황을 바꿔 놨습니다.
한 채권 투자 전문가는 경기 불안 등이 오면 안전 자산인 채권 가격이 올라 가지만 지금은 투자 심리가 흔들리고 통화 정책 영향도 있어서 채권을 사라고 하기에는 유동성 위축 등 불안감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변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향후 투자에 적절한 시기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들이 나옵니다.
다행히 각국 정부가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국채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채권인데 채권 시장, 더 나아가 금융 시장의 기준이 되는 주요 잣대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영국의 경우 채권 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등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고 독일은 레포(Repo) 안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미국도 국채를 사들이는 바이백을 검토하며 관련 시장에 대해 걱정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시작하면서 미국 국채 시장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이 깨졌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미국이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곧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급한 불부터 빨리 끄려는 모양새입니다.
금융당국은 채안펀드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은행도 6조 원 규모의 중권사, 종금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매입하기로 하는 등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은행채나 공사채에 대한 투자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물론 이게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무르익을 때까지는 안심하긴 어렵습니다.
채권 투자 구간을 기준 금리 인상이 주춤할 때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채권 시장 투자 심리 회복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기준금리에 대한 기조가 변화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시각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증권사들은 내년 말까지 기준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했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과 비교해 5.7% 올랐습니다. 유가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임에도 전기, 가스 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1,400원 대의 높은 환율도 생산 비용, 수입 가격을 올려 물가 상승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것인데, 물가가 이러니 금리 상승을 꺾기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높은 금리는 경기 침체를 야기합니다. 이를 각국 중앙은행이 무시하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또 다른 증권사들은 늦어도 내년 초 시장 금리가 고점을 기록하고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연준 금리 인상도 내년 3월까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종합해서 보면 시점은 다르지만 투자 구간은 올 테니 유심히 살펴보라는 조언에 힘이 실립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겠지만 기준 금리 인상 기조 변화는 채권 시장에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융가에 유동성 위기가 오면 통상적으로 중앙은행들이 긴축을 멈출 것이라고 시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때부터 안전 자산인 국채 가격이 오를 수 있는데, 이 시점 이후부터 채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간이 보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채권 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에 비해 기관 투자가들에게 익숙한 시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블랙록 등 세계적인 운용사들은 주식과 채권 비중을 세계 시장 전망에 따라 조정하며 투자하고 있습니다.
은행에 가서 예금에 가입하듯 증권사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채권을 사서 이자를 얻는다면 예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채권입니다. 은행 채권을 사는 것은 예금과 달리 해당 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채권을 담보를 갖는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국채, 국고채, 은행채 등 다양한 채권이 존재한다는 것과 소액부터 원하는 금액만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습니다.
단, 채권은 예금과 달리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채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격과 금리입니다.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미래 현금 흐름에 적절하게 할인율을 적용한 게 현재 채권 가격인데, 미래 현금 흐름인 분자는 바뀌지 않지만 분모인 시장 금리는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높은 금리가 어느 시기에 고점을 찍고 내려온다고 가정해봅시다. 5% 금리 채권을 샀는데, 향후 해당 금리가 3%까지 떨어진다면 2% 차이만큼 만기 기간 동안 이자를 더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를 반영해 채권 가격이 오릅니다.
즉 투자자가 받기로 한 금리 보다 시중 금리가 낮아지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금리 시대에 채권 투자로 이자 수익을 얻는 전략 외에 금리가 안정될 때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경제부 이민재 기자 tobemj@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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