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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파산할 곳은 어디?[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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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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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 발언 나오나…FOMC 인사 총출동 /美증시 주간전망


이변의 연속이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서프라이즈'에 뉴욕증시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겹쳐 원·달러 환율은 1주일 새 100원 넘게 떨어졌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 민주당이 예상을 뒤엎고 중간선거에서 승자가 됐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가 요충지인 헤르손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까지 열렸습니다.


올해 내내 힘들게 했던 악재들이 약속이나 한 듯 호재로 바뀌는 마법의 시간이었습니다. CPI 매직은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의 파산도 덮어버리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모두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CPI와 환율은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요. 추세적인 지, 일시적인 지 궁금증이 커집니다.


민주당의 선전이 시사하는 바는 뭘까요.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계속 기세등등할까요. 미국과 중국은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이번 주는 지난 주의 이변과 격변을 어떻게 해석해야 지를 가늠하는 시간이 될 전망입니다. 때마침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원회(FOMC)의 멤버들이 총출동합니다. FOMC 표결권이 있는 12명 중 11명이 연달아 공식석상에 섭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정책 전환(피벗)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어떻게 얘기를 하는 지가 최대 관전포인트입니다.


그리고 미국 하원선거 결과와 영국의 예산안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변수입니다.

가상 FOMC 수준의 공식 일정


10월 CPI가 전년 동기대비 7.7% 상승으로 나온 뒤 전 세계 증시가 폭주 기관차차럼 달렸습니다. 달러 가치도 급락하면서 각국의 통화가치는 수직 상승했습니다.


CPI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점입니다. 올 1월 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에너지(17.6%)와 곡물(10.9%) 가격만 정상화된다면 확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희망적이었습니다.


반면 근원 CPI는 6.3%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7월(5.9%)과 비교하면 되레 높아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노동력 부족으로 서비스 부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주범 중 하나인 신차와 렌트비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었습니다.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있는 CPI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특히 FOMC 투표권이 있는 Fed 인사들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공교롭게도 파월 의장을 비롯해 Fed 이사진 7명은 모두 공식석상에 섭니다. 물론 파월 의장은 공식 발언을 하지 않고 어느 한 행사에만 참석합니다.


그리고 올해 FOMC 투표권이 있는 지역 연방은행 총재 5명 중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를 뺀 4명도 연설을 합니다.


이들의 발언만 종합하면 12월 FOMC 결과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50bp 올릴 지, 피벗 얘기를 언급할 지 등에 관한 것입니다.


파월 의장의 여러 단골 발언 중 하나인 "한 두 달 데이터를 가지고 모든 걸 결정하지 않겠다"는 게 정답이겠지만 그래도 향후 금리인상 경로에 관한 약간의 힌트라도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밖에 발언에 제약이 덜한 지역 연은 인사들의 발언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합니다. 그리고 FOMC 표결권은 없어도 점도표(금리인상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표)에 의사를 표시합니다. 이들 중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이 연설을 합니다.

2연속 '블루웨이브' 달성하나


미국 중간선거도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모든 여론조사 업체와 전문가들은 공화당의 낙승을 예상했습니다. "하원 압승, 상원 신승" 정도로 예측했는데 모두 들어맞지 않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상원에선 석패를 했고 하원에서도 어찌될 지 모르는 혼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435석 중 과반인 218석 확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편투표 비율이 많고 민주당 강세 지역인 서부 지역의 개표 결과가 아직 최종 집계되지 않아 민주당의 역전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직까진 대부분의 매체들이 공화당이 220석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오차범위 내에 있습니다.


상원 선거에서 조지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모두 공화당이 패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여론조사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샤이 바이든'이나 '반 트럼프'의 표가 예상 외로 많다는 증거입니다.


하원 선거 결과도 주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예상대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의회는 양당의 견제가 힘을 발휘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원처럼 또다시 역전한다면 미국 정계는 발칵 뒤집힐 공산이 큽니다.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딱 두 번밖에 없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의 탄핵 시도가 있던 1998년에 민주당이 5석을 늘린 때가 있었고요. 2001년 9·11사태 이후 첫 선거인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공화당이 8석을 늘린 사례가 있습니다.

영국이 모범생으로 재기하나


영국의 움직임도 주목됩니다. 철부지 감세안을 들고 나와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쫓겨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에 이어 구원투수로 등장한 리시 수낵 총리가 시험대에 오릅니다.


우선 영국 10월 물가상승률은 16일에 나옵니다. 좀 더 심혈을 기울이기 위해 2주를 미룬 과제를 17일에 발표합니다. 영국의 예산안입니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이미 예고편을 날렸습니다.


한마디로 증세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입니다. 2년간 세금을 늘리고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재정난을 메우고 파운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입니다.


동시에 향후 성장 계획에 대해서도 얘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영국은 10%가 넘는 고물가 속에서 역성장을 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초입에 있습니다. 물가를 잡으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어려운 숙제를 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헌트 장관은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에 대해 말하는 만큼 많은 시간을 성장에 대해 말하는 데 쓸 것"이라며 "그 문제들을 다루는 건 중요하지만, (트러스 내각이) 국가로서 지불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산책임처(OBR) 전망치 없이 한 것은 실수였다"고 꼬집었습니다. 과연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시장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시장에서 영국의 계획이 어떤 평가를 받을 지 17일 글로벌 증시와 채권시장 동향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FTX 쇼크' 다음은 어디


금리 급등 리스크는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누가 먼저 나가 떨어지느냐에 따라 도미노처럼 연쇄도산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금리 급등기엔 약한 고리부터 유동성 부족 때문에 쓰러집니다. 지난주 CPI 서프라이즈에 묻혔지만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신청이 그 시작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FTX가 자체 발행한 토큰인 FTT가 부실해져 FTT가 상장된 다른 거래소로 위기가 전이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입니다.


은행 예금이 아닌 단순 투자금이어서 돈을 떼일 투자자들도 속출할 공산이 큽니다. FTX와 거래로 엮은 금융사와 기관도 연쇄적으로 부실해질 수 있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1억달러, 헤지펀드 세쿼이아 캐피털이 2억1400만달러 등을 투자해 손실을 보게 됐습니다. 이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숨어 있는 다른 피해자들이 나올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제 2의 루나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 스테이블 코인 업체들이 준비자산으로 보유한 미 국채가 대량 매도될 수 있습니다. 강제청산이나 마진콜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테더만 예로 들면 준비금 680억달러 중 미국 국채가 397억달러입니다


혹자는 FTX를 '코인판 리먼 사태'라고 하고 누구는 '엔론 사태'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FTX 사태가 일종의 회계부정으로 끝이 날 지,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지 이번주에 계속 지켜봐야합니다.


이밖에 14일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하는 기대인플레이션 수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꺾여야 인플레가 안정이 되는데 지난주 나온 미시간대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는 상승했습니다.


긴축으로 소비가 타격을 받을 지도 변함없는 관심사입니다. 지난달 증가세로 전환했는데 계속 그럴 수 있을 지 16일 나오는 미국의 소매판매 수치도 주목해야 합니다.


호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 지난주의 이변이 이번 주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경제 지표보다는 Fed 인사와 헌트 장관 등의 이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시간이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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