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설, PCE, 고용보고서 주목
2022년 월드컵은 '공은 둥글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중동 지역에서 열리고 그것도 겨울 초입에 열리는 생소함 때문인 지 물고 물리는 접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력이 평준화된 이유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 현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어디로 튈 지 모르고 경기침체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대로 내려오면서 물가 정점은 찍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CPI 선행지수 역할을 해온 수치가 또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에 CPI가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모르고 지나갈 정도로 짧고 약하게 겪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보면 섣부른 낙관은 할 수 없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겁을 주고 있습니다.
축구 경기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관심은 경기 결과인 점수에만 신경을 씁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잡다단한 경제 현상과 지표가 왔다갔다 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미국 기준금리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주엔 그 기준금리를 정하는 결정권자인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습니다. 기준금리의 핵심변수여서 파월 의장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와 11월 고용보고서도 나옵니다.
파월 의장의 핵폭탄급 발언이 이어질 지와 여러 지표가 안도 랠리를 유도할 지를 중심으로 이번 주 이슈와 일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한마디로 "최악은 지났다"입니다. 10월 CPI가 7.7%를 기록하면서 'CPI 서프라이즈' 이후의 현상입니다. 물가 정점론 때문에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었고 한 발 더 나아가 정책전환(피벗)에 대한 기대도 또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꺾이고 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선행지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Fed가 금리를 결정할 때 CPI나 PCE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입니다. "금리를 올리는 건 기대 인플레를 꺾기 위해서다"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Fed가 더 중시 여기는 장기 기대인플레가 더 빨리 더 많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를 발표하는 양대 산맥은 미시간대와 뉴욕 연방은행입니다. 약속이나 한 듯 두 기관의 수치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5년 기대인플레는 9월 2.9%에서 10월에 3.0%로 상승했습니다.
뉴욕 연은의 5년 기대 인플레는 두 달 연속 오름세입니다. 8월에 2.0%에서 9월 2.2%, 10월에 2.4%로 재차 상승했습니다. 3년 인플레도 2개월째 오르고 있습니다.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의 한계도 있습니다. 우선 기대 인플레는 미래의 예상치입니다. "앞으로 1년 이나 5년 후에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으로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 불과합니다. 많이 빗나가기도 하는 설문조사 결과치입니다.
게다가 전문가들의 예상이 아닌 일반인들의 심리와 기대를 반영한 수치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선 공신력에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그리고 장기 기대 인플레는 상승하고 있지만 1년 단기 기대 인플레는 가늠하기 힘듭니다. 뉴욕 연은의 1년 기대 인플레는 지난달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미시간대 1년 기대 인플레는 아직 하락세입니다.
장기 기대인플레의 상승 전환도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기껏해야 두 달 전의 일입니다. 추세적인 지, 일시적인 지 판단하기 이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대인플레가 오르고 있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보면 2~3%는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요. 인플레는 꺾이고 있다에 방점을 찍을까요. 기대 인플레는 다시 오르고 있다에 주목할까요.
아니면 7%대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에 비해 너무 높다라고 할까요. 기대 인플레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얘기할까요.
결과는 30일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후 1시30분에 공개됩니다. 파월 의장이 워싱턴에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설을 합니다. 파월 의장은 올들어 공개 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커진 것도 있지만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FOMC 기자간담회로 갈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간간이 있는 별도 공개행사에선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잭슨홀 회의 때도 그랬고 9월에 있었던 CATO 컨퍼런스 때도 그랬습니다. 이번에도 피벗 랠리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장에 대해 "피벗 꿈도 꾸지 말라"고 일침을 할 지 주목됩니다.
파월 의장의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의 주제는 물가가 아닙니다. 바로 고용입니다. 구체적으로 "경제 전망과 노동 시장"입니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최악은 면한 건 사실입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예민한 휘발유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게 대표적인 청신호입니다. 거의 1년 전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다음 중요한 건 경기침체입니다. Fed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는 긴축의 누적 효과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금리인상이 갖고 올 후폭풍이 드러나기 전까지 시차가 존재하는데 이제 그걸 걱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고용 지표가 경기침체 여부를 확인시켜줄 최종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문제는 경기지표인 일자리와 실업률 통계는 경기 후행지표라는 점입니다. 실업률이 올라갈 때까지 방심하고 있다고 비로소 상승할 때 정책 대응을 하며 움직이면 이미 늦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노동시장에서 침체의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일 때 재빨리 움직여야 더 큰 화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12월 2일 금요일 오전 8시30분에 나오는 11월 고용보고서에서 그런 점을 읽을 수 있을까요. 실업률보다 신규고용이 빨리 움직이고 그보다 시간당 임금이 더 빠르게 변화를 감지합니다.
가장 늦게 움직이는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7%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1월 신규고용은 20만명으로 전달(26만1000명)에 비해 줄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월대비 0.3%로 10월(0.4%)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나오거나 더 안좋게 나오면 긴축 속도가 더 늦어져 시장은 일시적으로 환호할 수 있습니다. 나쁜 소식이 희소식으로 둔갑하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30일 파월 의장의 연설은 Fed 전체 구성원의 경기판단과 부합합니다. 그 보고서인 베이지북도 같은 날 나옵니다. 12개 지역 연방은행들이 경기동향을 종합한 리포트입니다.
다만 이 보고서는 파월 의장이 한참 연설을 하고 있는 중인 30일 오후 2시에 공개됩니다. 투자자들이 파월 의장의 연설을 듣고 있는 중이어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연설이 끝나는 오후 2시반 이후에 시장에서 소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다음날 10월 PCE가 나옵니다. 전달에 6.2%였는데 이번 달엔 6%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근원 PCE죠. 9월에 5.1%를 기록하면서 두 달 연속 이어진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인플레 우려를 키울 수 있습니다.
미국보다 더한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는 유럽의 11월 물가 지표도 나옵니다. 미국시간으로 30일 오전 5시, 한국시간으로 오후 7시입니다. 10월에 10.6%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였는데 10.4% 정도로 다소 누그러졌을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럽에서도 물가 정점론이 부상할 공산이 큽니다.
어수선한 곳이 많습니다. 중국과 이란에선 반(反) 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바뀔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은 멀어졌지만 이란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버금가는 근본주의를 고수할 지 관심사입니다. 국제사회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동시에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베네수엘라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풀어 증산에 미온적인 사우디와 핵협상에 소극적인 이란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시설이 낙후돼 있는 베네수엘라의 원유가 단기적으로 국제 시장에 대량 나올 가능성은 작지만 압박용으론 충분합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매장량 1위입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속에 미국의 소비는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이버 먼데이를 지나 연말까지 이 분위기가 이어질 지가 관건이지만 미국인들은 아직 지갑을 닫지 않고 있습니다.
화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국이 아직까지는 버텨주고 있는데요. 미국만의 롱런이 계속 이어질 지, 아니면 고전 중인 유럽과 아시아가 바닥을 치고 올라올 지 궁금합니다. 올 겨울이 1차 관문이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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