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은 무슨 말을 할까…잔뜩 긴장한 월가
29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노년층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가속하고 지방정부의 과도한 봉쇄 조치를 피하는 방안을 발표한 뒤 홍콩 증시가 5% 이상 급등하는 등 아시아 주가가 상승한 덕분입니다. 노령층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 경제 재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조만간 중국 정부가 상당한 봉쇄 조치 해제를 발표할 것이란 소문도 퍼졌습니다.
월가에서는 중국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할 것으로 보진 않습니다. 제프리스의 모힛 쿠마르 분석가는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지만, 지역적으로 그리고 은밀하게 정책이 완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도 "큰 그림에서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벌써 조금씩 방향을 바꾸고 있다. 갑자기 봉쇄를 한꺼번에 풀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부분적으로 계속 완화해나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플로우뱅크의 엣시 드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정부는 성장에 너무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관리해야 하며 그것이 시장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면서 "시장은 이것이 제로 코로나 종식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럽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11월 CPI가 발표됐는데 예상보다 낮게 나온 덕분입니다. 독일의 경우 10.0%로 전달이나 예상치인 10.4%보다 낮았습니다. 특히 전월 대비로는 0.5%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지난 10월엔 0.9% 상승했었습니다. 다만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상승세는 유지됐고, 상승률 하락은 대부분 에너지 가격 안정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식품 인플레이션은 여전했고, 근원 물가 상승세는 유지됐습니다. ING는 "겨울 날씨가 추워지면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아직 물가는 정점을 찍지 않았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11시가 넘자 내림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는 "흥미로운 점은 전체 주식 시장, 즉 위험 자산과 관련되어 투자자들이 지속적인 약세 심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많은 투자자가 최근의 안도 랠리를 지나쳐서 2023년 다가올 잠재적인 경기 침체 배경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에는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란 걱정이 많습니다. 침체가 닥친다면 뉴욕 증시는 한 차례 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 이익이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
크레디 스위스의 수잔 로스 카츠케 애널리스트는 오늘 JP모건에 대한 보고서에서 "JP모건이 2023년 미국 경제의 가장 가능성 큰 경로인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JP모건의 다이엘 핀토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면담한 카츠케 애널리스트는 은행 경영진은 기본 시나리오로 침체를 고려하고 있으며, 연착륙이나 심각한 위기가 올 가능성은 그보다 적게 보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JP모건은 기준금리가 5%에 달하면서 완만한 경기 침체가 발생하거나 혹은 기준금리가 6%까지 인상되면서 좀 더 심각한 침체가 2024년까지 침체가 이어지는 두 가지 중 하나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몸을 사리는 건 JP모건뿐만이 아닙니다. Fed가 은행의 대출담당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대형 기업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조건을 강화한 은행 비율이 지난 분기에 경기 침체기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또 신용카드 및 기타 소비자 대출에 대한 대출 기준도 더욱 엄격해졌습니다. 이렇게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출을 옥죄면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S&P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은행 업계는 3분기에 대손충당금을 130억 5000만 달러나 쌓았는데 이는 2분기 109억 5000만 달러보다 늘어난 것으로 6개 분기 연속 증가한 것입니다.
도이치뱅크는 어제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려는 Fed의 긴축으로 내년 중반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80%에 달한다고 전망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선진국 전례를 봤을 때 물가상승률의 2%포인트 이상 하락은 언제나 실업률의 2%포인트 이상 상승을 동반했고, 이런 실업률의 상승은 침체 때나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오늘 발표된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는 10월 102.2에서 11월 100.2로 하락했습니다.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인 130을 크게 밑도는 것입니다. 현재 지수는 138.7에서 137.4로 내렸고, 특히 미래 기대 지수도 77.9에서 75.4까지 하락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의 린 프랑코 이사는 "단기 전망에 대한 소비자 기대는 여전히 어둡다. 실제로 기대 지수는 80 이하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물가에 대한 우려도 커졌습니다. 12개월 예상 인플레이션은 10월보다 0.3%포인트 오른 7.2%로 상승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식품, 임대료 등의 상승에 따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집값 내림세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 가격을 조사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는 9월에 전월 대비 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간으로는 1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초 20% 이상 올랐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입니다. 지난 8월에는 전년 대비 13.1% 상승했었습니다. 물론 20개 도시별 상승률은 천차만별입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전년 대비 2.4% 올랐지만, 마이애미는 여전히 24.6%나 상승한 상태입니다.
경기 침체 우려를 일깨우는 이런 데이터들이 이어지자 주가는 마이너스권에서 맴돌았습니다. 결국, 다우만이 0.01% 보합세로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0.16%, 나스닥은 0.59%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애플이 이틀째 2%대 폭락한 것이 부정적이었습니다.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 혼란으로 인한 아이폰 생산 타격량이 최대 2000만대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탓입니다. 전날 블룸버그는 600만대로 보도했지만, 유명 애널리스트인 밍치궈는 1500만~2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고 바클레이스는 2000만대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내일(30일) 오후 1시 30분으로 예정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연설도 오늘 주가 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피벗(전환)으로 해석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달러화가 하락하는 등 금융여건이 상당 폭 완화된 탓에 파월 의장이 매의 발톱을 드러낼 것이란 우려가 큽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하락할 때까지 긴축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다시 한번 반복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1980년 초를 빼면 기준금리를 미 국채 10년물 금리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길게 유지한 적은 없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라이베리에이트 리서치의 애덤 파커 분석가는 "파월 의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비둘기파적 언어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 여전히 통제해야 할 인플레이션이 곳곳에서 너무 높다. 비둘기파적으로 나온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주말부터는 12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12~13일)를 앞두고 Fed 멤버들의 블랙아웃(침묵) 기간이 시작됩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영향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럽의 CPI가 낮게 나온 영향으로 아침에 소폭 내림세를 보이던 미 국채 금리도 시간이 흐르자 다시 상승했습니다. 오후 4시께 2년물 금리는 3.3bp 오른 4.475%, 10년물 수익률은 7.2bp 상승한 3.757%에 거래됐습니다. 파월 의장 연설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데다, 아마존이 오늘 8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한 것도 전반적인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S&P글로벌은 내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고 "경기 침체로 넘어가고 있다"(Tipping Toward Recession)라고 전망했습니다. 경제 모멘텀이 둔화하면서 내년에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높은 물가로 구매력이 감소하고 Fed의 긴축에 따른 이자 비용 상승으로 내년 상반기에 미국 경제는 얕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내년 GDP 증가율은 -0.1%(기존 0.2%)로 떨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S&P글로벌은 인플레이션은 올해 3분기 정점을 찍은 것 같지만 공급망 혼란으로 고물가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근원 물가가 2024년 하반기까지 Fed의 2% 목표를 훨씬 상회할 것이란 겁니다. 그래서 Fed는 내년 2분기 기준금리를 5~5.25%까지 높일 것이고,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이런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실업률은 내년 4분기 5.6%까지 오르겠지만 고용이 약화한다고 해서 Fed가 금리를 낮출 정도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Fed는 내년 말에나 물가가 안정되면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에단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2023년 전망에 경기 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두지 않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① 핵심적인 경제 지표 모두가 이미 경기 침체 상태에 있거나 몇 개월 내에 침체에 빠질 것으로 가리키고 있고 ② 지난 12개월간 고용 증가세가 명백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2023년 하반기 중 고용 감소로 돌아설 것이며 ③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뿐 아니라 주택시장 지표, 비주거용 투자지표도 모두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년에 침체가 닥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보니 월가 금융사들의 내년 S&P500 지수 전망치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로이터가 지난 2주 동안 41명의 주식 전략가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 조사를 보면 예측치 중앙값은 내년 말 4200입니다. 지금보다 6% 정도 높은 수준이지요. 하지만 지난 8월 같은 조사에서 중앙값이 4700으로 조사됐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입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대부분 전략가는 기업 이익(EPS)의 상황이 개선되기보다는 향후 6개월 동안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일부는 2023년 S&P 500의 수익 증가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대표적입니다. 사비타 수브라매니언 수석 전략가는 2023년 연말 S&P500 목표치를 4000으로 제시하면서 EPS가 200달러로 올해보다 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이 모든 게 Fed에 관한 것이었다면 2023년은 모든 게 실물 경제에 관한 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올해는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리느냐가 시장을 좌우하는 요인이었지만, 내년에는 높아진 기준금리로 인해 실물 경기가 악화하고 EPS가 감소하는 게 시장을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현재까지 내년 전망치를 공식적으로 제시한 월가 금융사들을 보면 도이치뱅크가 4500으로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도이치뱅크도 내년 3분기 3750까지 떨어진 뒤에 4분기에 반등할 것으로 봅니다. 지금부터 계속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란 얘기입니다. 제프리스가 4200을 제시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함께 골드만삭스, HSBC가 4000으로 전망했습니다. 모건스탠리와 씨티, UBS는 3900으로 제시했고, 바클레이스가 가장 낮은 3675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 3957.63으로 마감됐습니다. 기술적으로 중요한 구간에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랠리가 강세장 시작임을 확인하려면 세 개의 저항선을 넘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4033선에 있는 40주 이동평균선, 4100선에 있는 2022년 하락 추세선, 4325.28인 8월 고점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40주 이동평균선을 넘는 데 실패한다면 200주 이동평균선 3646에서 지지를 받을 텐데 이는 6월 저점(3636), 10월 저점(3491)까지 내려갈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꼭 이번 주에 40주 이동평균선을 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추수감사절 직후 주간인 이번 주는 '계절성 소화 기간'을 겪을 것으로 봤습니다. 1928년부터 2021년까지 분석해보면 추수감사절 직전부터 연말까지 상승확률이 71%, 수익률은 1.49%에 달하는 계절성이 매우 강한 시기지요. 하지만 주간으로 나눠보면 추수감사절 주간에는 60% 상승확률, 수익률 0.26%를 기록할 정도로 강했지만, 그 다음 주 상승확률은 52%로 줄었고 수익률은 -0.03%를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한 주의 상승확률 56%, 수익률 0.14%보다 낮은 것입니다. 실제 지난주에는 S&P500 지수가 1.53%나 랠리를 벌였지요. 그리고 이번 주에는 아직 별로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수가 상승하려면 경제 지표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내일부터 중요한 경제 지표들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내일은 노동부의 채용공고 수치가 나오고 1일에는 ISM 제조업 PMI가 발표됩니다. 2일에는 11월 고용보고서가 나오고요. FOMC가 열리는 도중인 오는 13일 11월 소비자물가(CPI)까지 중요한 지표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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