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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트라우마' 벗고…외환시장 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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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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換시장 70여년 만에 대폭 개방

내년 7월부터 새벽2시까지 개장
해외 금융사, 국내시장 직접 참여
원화매력 커지고 환율안정 기대


정부가 내년 7월부터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새벽 2시로 연장한다. 해외 은행과 증권회사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도 허용한다. 1948년 건국 후 폐쇄적으로 운영해온 외환시장을 70여 년 만에 대폭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 같은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인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영국 런던 금융시장이 마치는 다음날 새벽 2시(한국시간)까지 연장한다. 뉴욕 월가, 런던 등에 있는 해외 금융회사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늘리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단계적으로 24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다.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 인가를 받은 해외 금융회사의 외환시장 직접 참여도 허용한다. 현재 국내 은행, 외국 은행 국내 지점, 증권사 등 54곳만 참여하는 외환시장의 문호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외 금융회사가 국내 외환시장에서 현물환 거래뿐 아니라 외환 스와프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외환 스와프는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단기 외환 거래다.


정부는 국내 외환시장이 '외국인 놀이터'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투기적 성격이 있는 헤지펀드는 인가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건국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 빗장을 푼 것으로 평가된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한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했지만 외환시장만큼은 1997년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참여자가 늘면서 원화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환율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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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외환시장을 대폭 개방하기로 한 건 환율 안정에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운영시간 연장과 해외 금융회사의 직접 참여 허용을 통해 국내 외환시장의 '볼륨'을 키우면 그만큼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꼬리(역외 선물환시장)가 몸통(국내 외환시장)을 흔드는 '왝더독' 현상도 줄일 수 있다. 일각에선 국내 주식시장처럼 외환시장도 '외국인들의 놀이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역외 원화 수요 외환시장으로 흡수


한국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자유변동환율제를 받아들였지만, 해외 금융사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막는 폐쇄적 시스템은 손대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외국 금융사가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금지해왔다. 외환시장 거래시간도 국내 증시에 맞춰 오전 9시에 열고 오후 3시30분에 닫는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2000원까지 올라갔던 경험 때문에 수십 년간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구조가 유지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오히려 환율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해 역외 원화(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498억달러로 국내 현물환 시장의 351억달러(은행 간 거래+소매거래)보다 많았다. 해외 금융사가 다음날 국내 주식 매수를 위해 야간에 원화를 환전하려고 해도 외환시장이 닫혀 있는 데다 국내 금융사를 통해야만 하니, 환변동 위험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해 역외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늘리고 정부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회사(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의 참여를 허용하면 역외시장의 비투기성 원화거래 수요를 외환시장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관리관은 "다양한 목적을 가진 금융회사가 국내 외환시장에 유입되면서 역외 흐름에 따라 요동치던 환율이 안정화될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의 우리 주식, 채권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 원화표시 자산의 매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환 변동성 더 커질 수도"


정부의 이번 조치로 국내 외환 관련 시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할 전망이다. 정부는 외국환거래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외환거래가 필요한 고객(기업)이 복수의 은행으로부터 호가를 받아 그 중 최적 가격을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인 '외국환 전자중개업무(애그리게이터)'도 도입할 계획이다.


외국 금융사가 자기 명의 계좌를 개설한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도 환전할 수 있도록 '제3자 외환거래'도 허용한다. 지금까지는 블랙록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국내 특정 은행에 원화계좌를 두고 원화를 사고팔 때 그 은행에만 주문을 넣었지만 이제 다른 은행과도 자유롭게 외환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거래시간 연장으로 유동성이 적고 외환당국의 대응력이 떨어지는 밤 시간대 해외 소재 금융사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환율이 요동치는 '쏠림현상'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대외 이슈에 민감한 한국 경제 특성상 외국인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등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 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환/조미현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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