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경제의 둔화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있다고 본 종전 평가에 비해 위기감이 한층 가중됐다. 고물가와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대외여건도 하방요인이 여전히 있는 점 등이 경기 악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 흐름이 둔화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6월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 표현을 처음 사용한 정부는 지난달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위기감을 높인 후 이달 처음으로 경기둔화를 인정했다.
경기 둔화의 요인은 물가와 수출 등이다.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흐름이 둔화했다는 평가의 이유를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비 5.2% 상승했다. 전기요금과 상수도료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추위가 겹치면서 난방비 부담이 크게 오르는 등 서민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달 16.6% 줄어든 데 이어 이달에도 14%대 감소(일평균 수출 기준)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두달 연속 40%대 감소했다. 취업자 수는 지난달 41만1000명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크게 둔화된 것이다. 주택시장은 지난달 매매 가격이 전월 대비 1.49% 하락했다. 전세가는 2.29% 떨어졌다.
대외여건도 상방요인과 하방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중국 리오프닝, 세계경제 연착륙 기대감과 함께 통화 긴축기조 및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 우려 등 하방위험이 교차하며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정부는 경기 둔화가 시작됨에 따라 물가안정과 민생부담 완화 기조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확고한 물가 안정, 민생부담 완화 기조 하에 수출·투자 활력 제고에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에너지 효율 향상 등 경제체질 개선 및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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