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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 SNS '노스트르' 열풍…빅테크 실패 해결했다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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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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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정지된 링크드인 계정

내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중인 샌드뱅크는 여느 IT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신규 채용에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LinkedIn(링크드인)이다. 링크드인은 기업의 채용 담당자와 구직자들이 편하게 각자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SNS 공간이자 만남의 장이다. 구직자가 이력서를 제출하면 채용 담당자가 검토하고 마음에 들면 연락을 하는 것이 기존의 채용 플랫폼 형식이라면, 링크드인은 (물론 그런 기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SNS이기 때문에 서로가 목적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다가 상대방에 관심이 생기면 연락을 취하는 컨셉이다.


샌드뱅크도 그동안 링크드인을 통해서 좋은 채용 후보들을 많이 만났었고, 그중 몇몇은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나와 함께 샌드뱅크의 신규 채용을 담당하는 인사 담당(HR) 매니저는 본인의 링크드인 계정에 샌드뱅크 조직 문화와 관련된 재미있고 유쾌한 글과 사진을 자주 올려 구직자들에게 회사를 홍보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작년 여름 경기도 양평에서 진행했던 전사 워크샵에서 팀원들이 다같이 즐겁게 노는 모습, 업무 중 쉬는 시간에 사무실 로비 한켠에 놓인 턱걸이 바에 삼삼오오 모여 운동하는 모습, 생일을 맞은 동료를 위해 케잌을 준비하여 다같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 등. 재미와 따뜻함이 가득한 직장생활을 보여주는 사진을 주로 포스팅했던 HR 매니저의 계정은 금새 인기가 많아져 팔로워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해당 HR 매니저의 링크드인 계정이 갑자기 영구 정지되고 말았다. 친구 신청을 너무 반복적으로 많이 했다는 것이 정지 사유였다. 좀 더 정확히는 가짜 계정이라고 의심될 만한 동일한 패턴의 반복적인 행동 너무 많이 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처음에 나는 해당 계정이 실제 우리 HR 매니저의 것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무리없이 정지가 풀릴 것이라 믿었다. HR 매니저가 샌드뱅크에 다니는 현직자임을 증명하는 것, 그리고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해 링크드인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온 점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예상은 보기좋기 빗나갔다. 링크드인 고객센터 측의 입장은 확고했다. 한번 영구 정지된 계정을 다시 복구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차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계정을 다시 생성해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돌아올 뿐이었다.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거의 1년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왜 빅테크는 고객을 무시할까

지난해 '웹 3.0 사용설명서' 라는 책을 집필하여 곧 탈중앙화된 인터넷의 세상이 도래할 것임을 주장한 나로서는 이 일화를 도저히 그냥 넘길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 생활과 일터에서 매일같이 사용하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유명 SNS 들은 무책임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기준도 모호한 운영정책으로 지금도 억울한 사용자를 양산하고 있다.


갓난애기 아들의 성기가 이상하게 부어오른 것을 발견하고는 증상의 진행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성기를 자신의 안드로이드폰으로 촬영했다가 곤혹을 치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마크라는 남성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구글에 의해 아동 성학대자로 신고돼 경찰 조사까지 받았으며 구글 계정은 영구 삭제 조치되는 수모를 당했다. 다행히 그는 경찰 조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드러났지만, 구글은 여전히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그의 계정을 복구해주지 않고있다. 우리 회사 HR 매니저가 링크드인으로부터 당한 조치와 비슷하다. 왜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사실이 뻔히 드러났음에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고객의 불만을 해결해주려 노력하지 않는 걸까.


우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구글은 1998년에 설립되어 2004년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다. 이미 20년 넘게 검색엔진을 비롯한 갖가지 인터넷 관련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구글보다 설립 시기가 조금씩 늦긴 했지만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링크드인은 2002년에 설립되어 2011년 나스닥에 상장되었으며, 페이스북은 2004년에 설립되어 2012년에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하나같이 20년 넘게 해당 분야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고 독주 중인 기업들이다.


이들이 오랜 시간동안 독점적 지위를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의 특성 때문이다. 부지를 사서 그 위에 공장을 짓고 인력과 원자재를 투입해야만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전통 산업과는 다르다. 플랫폼 사업은 특정 임계점을 지나면 더 이상 비용, 즉 회원 유치를 위한 광고비를 늘리지 않아도 회원 수는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특징을 지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인곳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여 회원수를 알아서 늘려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른 빅테크 기업들은 회원수가 늘어날수록 방대하게 쌓이는 고객 행동 데이터 덕분에 경영상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후발주자의 추격을 쉽게 따돌릴 수 있다. 더욱 많은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된 빅테크 기업일수록 그때그때 고객이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더욱 정확히 알아내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데이터베이스가 작은 신생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 일등지위를 차지한 플랫폼은 여간해선 순위를 내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한 기업이 해당 분야에서 수십년간 왕좌를 지키는 독점적 환경이 조성되다 보니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명예나 내부 정책의 당위성이 우선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고객 수가 많은 만큼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불만과 문의가 접수될 것이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람에게까지 내부 운영정책 운운하며 고집을 부릴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정화폐와 닮은 빅테크 사업구조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SNS 서비스는 대부분 공짜다. 누구나 몇 번의 클릭만으로 계정을 만들고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플랫폼 효과가 발생한다. 대신 기업들은 이렇게 모은 고객들에게 보여줄 광고를 유치하여 돈을 번다. 앞서 소개한 구글,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 유명 SNS들은 모두 광고매출이 기업 전체 매출의 큰 영역을 차지한다.


기업들의 광고매출이 상승하려면 더 많은 광고주를 유치하거나 더 비싼 광고 단가를 매기면 된다. 이는 광고를 유치하는 플랫폼이 얼마나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기업들은 항상 고객 수를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문제가 바로 가짜계정 문제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인 트위터의 경우 하루에 100만건 이상의 가짜계정을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삭제되는 속도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보니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계정을 생성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다보니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셀 수 없이 많은 계정을 만든다. 이를 마치 진짜 사용자인양 활동하게 해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홍보에 이용한다.


내 계정은 비트코인 관련 콘텐츠를 많이 올리다보니 주로 처음 들어본 신생 코인이나 NFT를 홍보하는 DM과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 나중에 더 많은 코인을 에어드랍 해줄테니 지금 해당 코인을 사라고 하거나, 아예 내가 가진 비트코인을 특정 지갑주소로 보내면 그것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시 보내주겠다는 식이다. 과연 누가 이런 스캠성 홍보글에 속을까 의심이 들지만 공격자 입장에서는 아쉬울게 없다. 공짜로 생성한 가짜계정 100만 개를 이용해 홍보 메세지를 쉴세없이 보내서 순진한 한 두명만 낚아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트위터 입장에서 가짜 계정을 속시원히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가짜 계정 덕분에 회원 수가 많아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진짜 계정이든 가짜 계정이든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 조회수와 클릭수만 늘게 만들면 광고주들의 환심을 살 수 있으므로 플랫폼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올라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짜 계정들이 너무 늘어나면 실사용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가중되기 때문에 그냥 두고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보통 SNS 플랫폼들은 어느정도 선까지는 가짜 계정과 스팸성 광고 메세지가 늘어나는 것을 용인하다가 실사용자들의 불만이 슬슬 터져나온다 싶을때쯤 가짜 계정들을 색출하여 삭제하고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곤 한다.


빅테크 SNS의 이런 행태는 중앙은행이 관장하는 법정화폐 시스템과 닮았다. 끝없는 양적완화를 용인하는 현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스팸성 가짜 계정의 생성을 어쩔 수 없이 용인하는 빅테크와 비슷하다. 너무 많이 풀면 미래 세대에 더 큰 청구서가 날아갈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이익을 위해 빚을 내는 형국이니 말이다. 돈을 풀어 문제를 틀어막는 경제는 결국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쳐 나중에 더 큰 규모의 돈으로 문제를 틀어막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그럴때마다 많은 국민들이 평생 일궈온 재산, 특히 예금은 통화량 증가에 따른 현금 구매력 하락으로 가치가 감소한다. 결국 국민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간다.


SNS에 광고를 태우는 광고주도, 실제로 SNS를 사용하는 사용자도 모두 점점 더 가짜계정에 잠식되어가는 플랫폼이 주는 피해에 노출되어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가짜 계정이 많다보니 구매 전환율이 예전만큼 나오지 않아 광고비를 낭비하게 되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의미없는 스팸성 홍보글과 가짜 좋아요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탈중앙 SNS 노스트르

최근 비트코이너들 사이에서는 탈중앙화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노스트르(NOSTR) 열풍이 불고 있다. 노스트르는 "Notes and Other Stuff Transmitted by Relays"(단문 및 기타 자료의 전달)의 약자로 쉽게 설명하면 탈중앙화된 SNS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프로토콜이다. 플랫폼이 배라면 프로토콜은 모든 배들이 떠있는 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스트르는 그 자체가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플랫폼은 아니지만 그러한 서비스를 만들어 올릴 수 있는 일종의 표준 규약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노스트르가 일반 SNS 플랫폼과 다른점은 바로 릴레이(Relays)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데 있다. 노스트르에서는 서비스 계정을 만들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ID와 PW를 설정하는 대신 공개키(Public key)와 개인키(Private key)로 사용자를 식별한다. 공개키는 남들에게 공유하여 내 계정을 팔로우하는 등을 요청할 때 쓰며, 개인키는 해당 계정이 내 소유임을 증명할 때 쓴다. 그러므로 개인키는 절대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된다.


마치 비트코인 개인지갑 사용법을 연상케하는 이 방법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해 주는 게 강점이다.사용자들의 개인정보와 행동정보 등 모든 데이터는 특정 기업의 중앙 서버에 저장되는것이 아니라 릴레이라고 불리는 별도의 노드를 운영하는 사용자들의 컴퓨터에 분산되어 저장된다. 나를 검열할 주체가 없다는 신뢰성을 바탕으로 노스트르의 사용자들은 안전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다.


노스트르 기반 SNS는 중앙 서버에 고객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 탈중앙 플랫폼의 특성상 맞춤 광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의 직접 참여를 기반으로 한 보상 시스템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은 콘텐츠 작성이나 좋아요, 댓글 작성 등의 활동을 통해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는다. 노스트르에는 수수료를 거의 들이지 않고 빠르게 비트코인을 송금할 수 있는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이미 창작돼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올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면 할수록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더욱 더 활발한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노스트르는 탈중앙화된 시스템과 기존 SNS가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보상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안전하고 보안성 신개념 SNS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 회사 HR 매니저처럼 오랜시간 공들여 만든 계정이 하루아침에 정지당하는 등 분통터지는 경험을 해본 사용자들은 더욱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더욱 더 고객 중심적인 경험을 누릴 수 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노스트르 기반 SNS 앱은 다무스(Damus)가, 그리고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앱은 아메지스트(Amethyst)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한번 다운받아 설치해보자. 그리고 아래 내 공개키 주소를 남겨 놓으니 팔로우해보기 바란다. 진짜 웹 3.0 세상이 이런것이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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