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ETF 시장에서 제일 핫한 상품이 뭐냐. 라고 물어보시면 저는 이거 꼽을 것 같아요. 장기채 ETF. 돈도 많이 몰리고 있고, 그만큼 운용사들도 서로 내 만기가 더 길어! 경쟁하면서 상품을 내놓고 있거든요. 오늘은 왜 요즘 장기를 넘어 초장기채 ETF들이 쏟아지는건지, 국내 상장한 장기채 ETF들은 각각 어떻게 운용이 되고, 어떤 특징이 있는건지. 그래서 결국 나는 뭘 사야되는지. 한번 같이 고민해볼게요.
왜 채권, 그 중에서도 요즘은 장기채가 주목받을까. 이걸 설명하려면 기본 전제가 필요해요. 채권에 투자해서 돈 버는 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한 회사가 만원짜리 채권을 발행하면서 1년 뒤에 연 5% 이자 드릴게요. 라고 합니다. 이 채권을 사면 연 5% 금리는 무조건 받을 수 있겠죠. 이건 중간에 채권 가격이 떨어지든말든 가지고 있으면 따박따박 나오는 이자같은거에요. 지난해 말에 한창 한전채도 연 6%줍니다, 그러다보니 대기업도 7% 8%는 나와요. 라는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 가졌던 건 바로 이 부분이에요. 채권 가격이 떨어지든 말든 돈 빌려간 곳에서 이자 따박따박 준다니. 난 이거 받을래 하는 관심이 늘었던거죠.
그런데 지금 장기채를 이야기하는 건 이런 이유는 아니에요. 가장 관심을 받고있는 30년만기 한국 국채는 이자가 연 3%정도? 물론 이것도 보는 사람에 따라선 매력적이겠지만, 지금 장기채에 투자하는 형님들은 연 3%를 보지 않습니다. 고정돼 있는 이자가 아니라, 채권 가격이 움직이면서 거기서 낼 수 있는 수익을 보는거예요. 채권도 주식처럼 사고 파는 게 가능하기때문에 처음에 만원으로 발행됐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9000원이 될 수도 있고, 1만1000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표면 이자가 연 5%인데, 지금 채권 가격이 9000원이다. 이 채권 지금 사면 1년 뒤에 원래 가격인 1만원에 연 5% 이자도 받을 수 있다면, 결국 내 수중에 떨어지는 수익률은 연 15%가 되겠죠? 이런식으로 가격까지 포함한 수익률을 따지는겁니다.
그러면 다양한 채권이 있는데, 만기가 긴 장기채에 유독 관심이 몰리는걸까? 네 채권 가격이 앞으로 많이 오를 것 같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는겁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건 많이들 알고 계시죠. 금리가 낮을 때 발행됐던 채권을 들고 있는데, 금리가 올라가서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새로운 채권들이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그거 사려고 하겠죠. 그러면서 기존 채권은 가격이 떨어질테고요.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오르는거죠. 그냥 외우면 됩니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이제는 정점 수준이고, 시중금리는 이미 정점 찍고 떨어지고 있으니까, 가격은 오르겠죠?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궁금한건. 금리 떨어지는 건 모든 채권이 그런거고 그러면 가격이 다 오를텐데. 왜 하필 장기채냐. 라는거예요. 이건 장기채 가격이 금리가 움직일 때 더 민감하게 움직여서 그렇습니다. 이게 왜 그런지 저는 이렇게 설명을 해볼게요. 제가 두명한테 100만원을 빌려줬어요. 한 명한테는 1년뒤에 갚으라고 하고, 다른 한 명 한테는 5년 뒤에 갚으라고 합니다. 제가 이때 돈을 왜 빌려줬느냐.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를 1%밖에 안준다고 하니깐. 친구들한테 2%로 빌려준거예요. 어 그런데 갑자기 은행 이자가 5%로 올랐어요. 그러면 저는 누구한테 빌려준 돈이 더 배가 아플까요?
5년 뒤에 갚으라고 한 친구한테 빌려준 게 더 배가 아플겁니다. 왜냐하면 1년 뒤에 친구가 갚으면 그거 받아서 은행에 넣으면, 손해기는 해도 1년동안 인데. 5년뒤에 갚으라고 한 친구는 1%금리에 5년 돈 쓰다가 갚겠죠. 그러면 그동안 저는 은행에 넣어서 5%이자 받을걸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제가 1년 뒤에 돈 받기로한 계약서와, 5년 뒤에 돈 받기로한 계약서를 다른 사람한테 사가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5년 짜리 계약서는 엄청 가격을 깎고, 1년짜리 계약서는 가격을 좀 덜 깎겠죠. 정리하면 금리가 똑같이 오르더라도 만기가 긴, 먼 훗날에야 돈받을 수 있는 채권이 좀 더 배가아파진다. 가격이 빠진다. 라는겁니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질 때는 그만큼 더 가격이 빨리 튀어올라오겠죠.
그러면 만기에 따라 금리가 얼마나 민감해지는거냐? 이걸 알려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됩니다. 듀레이션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요. 우리가 30년 만기 채권을 사도 발행하자 마자 사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실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은 30년보다 적게 남아있을겁니다. 또 중간중간에 이자가 나오는 채권이라면, 내가 투자한 돈을 중간에 조금씩 회수하게되니까, 내가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이 평균으로 따지면 좀 더 짧아지겠죠. 이렇게 실제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을 듀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듀레이션이 5년 남은 채권은 채권 금리가 1% 오르면 가격이 대략 5% 떨어집니다. 듀레이션이 10년 남은 채권은 금리가 1% 움직이면 가격이 대략 10% 움직이고요. 물론 이건 정확한 숫자도 아니고, 이걸 구하는 굉장히 복잡한 식들도 있지만 우리가 이것까지 알아야할까요.
우리가 알아야하는 건 결국 채권의 만기, 정확히는 듀레이션이 길면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가격이 크게 변한다는겁니다. 시소를 누를 때도 지렛대가 가까이 있으면 힘을 많이 줘야 저 끝이 움직이지만, 지렛대가 멀리 있으면 힘을 살짝만 줘도 시소가 많이 움직이잖아요. 그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해도 이해가 안되면 외우면 됩니다. 원래 학교다닐때도 수학은 암기과목이었잖아요.
정리하면, 사람들은 이제 시중금리가 더 떨어질 일 만 남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면 채권 가격은 오를텐데 어디에 투자하지? 금리에 민감한 장기채가 수익률이 빨리 튀어올라오겠네? 라고 생각하면서 장기채를 계속 담고있는겁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장기채 ETF 중에서 어떤걸 고르는 게 좋을까. 이게 다음 질문인데요. 물론 다른 모든 ETF들처럼 운용보수, ETF 규모, 거래량도 따지셔야겠지만. 하나 더 따져봐야합니다. 듀레이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가 떨어질 땐 수익이 많이 납니다. 물론 반대로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더 올라갈 것 같고, 시중금리가 딸려 올라가면 그만큼 손해도 많아지겠죠. 레버리지 투자에 명과 암이 있는 것과 비슷하게, 장기채 듀레이션도 변동성이 크면 좋을 땐 좋지만, 나쁠 땐 나쁘다는겁니다.
분배금이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차이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같은 국채 30년물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건 분기마다 투자하는 국채의 표면이자정도 되는 분배금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건 분배금을 돌려주는 대신 재투자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수수료는 낮은 것, 운용규모는 큰 것이 좋겠고요. 변동성이 큰 상품을 원하면 듀레이션이 긴 것, 최종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배당 받으면서 버티고 싶은 분이라면 분배금이 있는지 여부, 연금계좌에서 투자가능한지 여부까지 따지셔서 취향에 맞게 골라보시면 좋겠습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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