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2위(한국갤럽),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시리즈 세계 5위(플릭스패트롤).
지난해 연말 공개된 학교폭력 복수극 '더 글로리'는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해 홍콩·인도네시아·필리핀·대만·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태국에서는 SNS에 '더 글로리 타이(The Glory Thai)'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학폭을 고발하는 글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현지 유명 배우가 학폭 사실을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였죠. 말레이시아와 미얀마에서도 학폭 피해자들의 사연이 줄줄이 올라오면서 'K복수극 열풍'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그 온기가 주식시장에까지는 닿지 않았습니다. 시청자들은 열광했지만, 투자자들은 웃지 못했는데요. 더 글로리가 흥행몰이할 때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오히려 곤두박질쳤기 때문입니다. 더 글로리 공개 전날인 지난해 12월 29일 스튜디오드래곤은 전일 대비 0.35% 떨어진 8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공개 직후에는 낙폭을 키우며 지난달 31일엔 8만3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공개 전날 주가에 비하면 7%가량 급락한 셈이죠. 작품 흥행 후 주가가 크게 올랐던 콘텐트리중앙(수리남), 에이스토리(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래몽래인(재벌집 막내아들)과 정반대 흐름을 보여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실적 불안감이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 전망이 주가를 짓눌렀습니다. 이렇다 할 대작이 없었고, 자회사 인수로 인한 비용 부담이 실적을 갉아먹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급감한 12억원이었는데요.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인 161억원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기관 투자자는 더 글로리가 공개되자마자 스튜디오드래곤을 내다 팔기 시작합니다. '고점'이라고 판단한 걸까요. 기관은 지난달 첫 주에만 스튜디오드래곤 주식 1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지난달 기관이 순매수한 날은 20거래일 가운데 5거래일에 불과했습니다.이달 들어서도 190억원어치를 팔았는데요. 같은 기간 외국인도 109억원어치 순매도하며 '팔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 물량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가 떠안았죠.
증권업계는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이 작년과는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외형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와의 재계약이 공급 조건과 기간 측면에서 이전 계약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됐다"며 "다른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과도 유사한 형태의 공급 계약을 추진 중으로 플랫폼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 확대 기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2023년 편당 제작비가 약 30% 증가함에 따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3%, 40% 성장할 전망"이라며 "글로벌 스튜디오와의 공동 투자로 제작 규모를 키우고 시즌제 드라마가 확대되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는 확연히 개선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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