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최고 부자 탈환…테슬라 주가 두 달 새 100% '껑충'

일론 머스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탈환했다. 테슬라 주가가 올해 저점 대비 2배나 오른 덕분이다. 가격 인하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테슬라가 조만간 저가형 모델을 공개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28일 기준 순자산 1870억달러(약 248조원)를 보유해 세계에서 자산이 가장 많은 사람이 됐다. 지난해 12월 머스크를 최고 부자 자리에서 끌어내렸던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은 순자산 1850억달러(약 245조원)를 보유해 2위로 내려앉았다. 머스크는 올 해 두 달 사이에 재산을 501억달러(약 66조4000억원)나 늘리는 데에 성공했다.

빠른 재산 증식에는 테슬라 주가 급등이 결정적이었다. 머스크는 지분 약 13%를 보유한 테슬라 최대주주다. 27일 테슬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5.46% 오른 207.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블룸버그는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월 6일 저점보다 100% 올랐다"며 "경기 강세 조짐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 둔화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고위험 성장주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할인 공세가 주가 급등의 원동력이 됐다. 이 업체는 지난 1월 주요 EV 모델들의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다. 보급형 모델의 가격을 낮춰 수요 둔화 조짐에 대응하는 전략이었다. 도시 봉쇄를 해제한 중국의 수요가 회복되는 덕도 봤다. 지난 1월 25일 머스크는 "생산량의 약 2배에 달하는 주문이 들어왔다"며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RBC캐피털의 톰 나라얀 애널리스트는 "가격 인하가 차량 수요를 일으켰다"며 "EV 업계 경쟁이 치열하지만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는 강력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1일 열리는 테슬라 행사인 '투자자의 날'에 쏠리고 있다. 머스크는 이날 테슬라의 장기 사업 구상이 담긴 '마스터플랜3'를 발표한다. 시장에선 이 발표에서 머스크가 대당 3만달러(약 4000만원) 수준의 저가형 EV 모델을 공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배터리 신기술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2만5000달러(약 3300만원)짜리 EV 모델인 '모델2'에 대한 계획을 보류했다. 로이터통신은 "저가형 EV는 이번 행사에서 공장 확장, 자본 지출 계획과 함께 마스터플랜3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7일 로이터통신은 테슬라의 멕시코 투자 발표 가능성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와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26·27일 이틀에 걸쳐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테슬라는 멕시코 북부의 누에보레온주에 EV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24일 로페스 대통령은 물 부족을 이유로 공장 건립을 반대했지만 이번 논의로 양측의 합의가 임박했다는 게 로이터통신의 설명이다.

후발 EV 업체인 피스커도 주가가 급등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27일 전거래일보다 30.28% 오른 7.4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오션'의 미국 판매 승인이 조만간 나올 것이란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헨리 피스커 피스커 CEO는 "규제 당국의 오션 승인 절차가 3월 중 끝나면 차량 인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 봄 첫 EV 공급을 시작해 연내 4만2400대 생산이 목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