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의심은 여전하다. 쓸모가 없는 '데이터 쪼가리'가 수백만원에 거래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암호화폐 투자자의 투자 방식이 이런 의심을 더한다. 암호화폐의 이름이 예뻐서 투자하거나 가격이 어제보다 많이 떨어져서 매입한다. 암호화폐 분석보다는 '가즈아'를 외치는 것이 재산 증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래서는 암호화폐와 직결된 블록체인 산업과 웹3.0 생태계가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서비스가 암호화폐 정보 플랫폼 쟁글이다. 한경 긱스(Geeks)가 쟁글 운영사인 크로스앵글의 이현우 공동대표를 만났다.
2018년에 설립된 크로스앵글은 지금까지 400개가 넘는 암호화폐를 분석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왔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웹3.0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데이터 리서치 인프라와 관련 서비스도 구축했다. 지속 가능한 웹3.0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크로스앵글의 공동 창업자인 이현우 공동대표는 연쇄 창업자다. 2011년 모바일 설문 조사 서비스업체 오픈서베이를 공동 창업해 최고기술책입자(CTO)를 역임했다. 닥터키친의 CTO를 거쳐 김준우 공동 대표와 크로스앵글을 설립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쟁글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요.
A: 쟁글은 암호화폐 관련 공시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관련 데이터 분석으로 사업을 다변화했습니다. 암호화폐 평가 정보도 있고요. 관련 분석도 합니다. 온체인(모든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기록) 영역도 다루고요. 공시도 각 프로젝트가 직접 공시하는 것도 있지만 이벤트라고 해서 시장의 영향을 줄 자산과 그 자산과 관련된 정보를 쟁글에서 요약해 제공하기도 합니다.
Q: 공시는 쟁글에서 취합해서 제공하는 건가요.
A: 아니요. 공시는 각 프로젝트가 직접 쟁글에 제출한 정보입니다. 쟁글에서 관련 정보를 감수하고 제한된 정보만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주식 시장의 다트(전자공시시스템)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창업 당시 이런 서비스가 자율 규제 형태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래소와 각 재단을 설득해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문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누적 기준으로 2만 개가 넘는 공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쟁글에 미리 알리지 않은 해외 재단의 주요 공시는 쟁글에서 직접 확인해 소개하고 있죠. 암호화폐 관련 공시를 자율 규제 형태로 한 것은 쟁글이 처음이고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Q: '라이브워치'라는 서비스도 궁금합니다.
A: 라이브 워치는 특정 암호화폐 유통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라이브워치로 암호화폐 위믹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믹스를 발행한 위메이드가 크로스앵글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죠. 위메이드가 제출한 유통 계획과 온체인상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지켜보는 겁니다. 다른 암호화폐 체인도 현재 도입을 위해 실사 중입니다.
Q: 회사 수익 모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수익 모델은 우선 암호화폐 평가에서 나오는 수익이 있습니다. 기업들 대상으로 웹3.0 사업 관련 자문하는 것고 있고요. 특정 재단의 온체인 관련 대시보드를 운영하는 것도 수익 모델 중 하나입니다. 기존에는 암호화폐 평가가 벤처캐피털(VC)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기술과 인력 등을 평가하는 거죠. 지금은 해당 자산이 생태계에서 실질적으로 얼마나 쓰이는지 보는 것이 건강한 평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토콜 매출이라고도 부르죠. 이걸 평가하려면 온체인에서 관련된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해 대시보드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암호화폐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으면 가격도 많이 오르나요.
A: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크게 여섯 개 항목으로 평가합니다. 기술, 토큰 이코노믹스, 마일스톤 성과, 예산과 재무 지속성, 커뮤니티, 질적 평가 등입니다. 5개 영역은 객관적인 기준에서 정량적인 평가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에서는 메인넷에서 보안 사고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확인하죠. 토큰 이코노믹스는 실제로 그 안에서 이코노미가 얼마나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봅니다.
Q: 암호화폐를 평가할 때도 상장사의 매출, 영업이익 등과 같은 펀더멘탈이 있나요.
A: 있습니다. 암호화폐 평가하는 6개 기준이 그렇고요. 프로토콜 매출이라는 개념을 볼 수도 있죠. 이더리움을 사용하면 트랜잭션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그만큼 이더리움이 소각이 됩니다. 소각은 주식으로 따지면 자사주 매입하는 효과와 비슷하죠. 이 수수료를 가스비라고도 합니다. 이런 부분을 중장기적으로 보면 내재 가치를 갖춰가는 방향으로 볼 수 있죠.
Q: 암호화폐의 그런 펀더멘탈이 가격에 영향을 줄까요.
A: 주식 시장과는 이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주식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한 내재 가치로 기업을 평가하는 부분도 있지만 미래 성장성으로 판단하기도 하거든요. 상대적으로 암호화폐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암호화폐를 발행하기 때문에 성장성에 대한 비중이 더 높은 자산이죠. 암호화폐 산업도 성숙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내재 가치에 기반한 가치 평가의 비중이 점점 커질 겁니다. 이런 방향을 가로막는 것 중 하나가 투자 문화죠. 암호화폐 투자 시장에서는 투기적인 성향 투자자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런 부분도 시간이 흐르면 개선이 될 것으로 봅니다. 규제 관련해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해당 프로토콜이 벌어들인 수익을 토큰 보유자에게 나눠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없어요. 해당 행위를 하는 순간 이제 증권으로 분류가 됩니다. 정부에서 도입하려는 증권형 토큰 제도를 기본적으로 환영합니다. 하지만 기존 유틸리티 토큰의 내재 가치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흐름을 배제하는 효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Q: 암호화폐 평가 등급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A: 쟁글의 암호화폐 평가는 상대적입니다. 특정 암호화폐 자체가 크립토 자산 내에서 더 안전하다고 전체 자산군에서 안전하다고 할 순 없잖아요. 암호화폐는 여전히 위험이 큰 자산입니다. 쟁글에서 평가를 잘 했다고 해도 여러 지표 중 하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 자산 가치가 무너질 수 있거든요. S&P나 무디스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외적인 어떤 사건까지 미리 감지해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죠. A등급이라고 해서 가격이 무조건 오르는 건 아닙니다. 평가 등급은 투자에서 일종의 보조 지표로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급이 낮으면 조심할 필요가 있죠.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상장 심사 등에서 유의미한 보조지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암호화폐 투자자는 쟁글에서 무엇을 열심히 보면 되나요.
A: 암호화폐 산업이 어떤 맥락에서 성장하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쟁글은 아주 기본적인 개념을 알려주는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죠. 쟁글이 배포하는 리서치 자료도 도움이 됩니다. 주식시장에서는 기업이 실적을 발표해야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죠. 반면 암호화폐는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한 온체인 데이터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Q: 작년 회사 실적이 궁금합니다.
A: 회사 매출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정도에 흑자가 나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죠. 블록체인업계에서 크로스앵글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매출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금융업체, 포털 서비스업체에 암호화폐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업도 강화하고 있죠. 라이브 워치도 시장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교육 관련 콘텐츠도 4월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Q: 교육 콘텐츠 사업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교육 콘텐츠 사업의 대상은 기업입니다. 국내에서 의외로 많은 기업이 웹3.0 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웹3.0 사업이 아직 굉장히 낯설다 보니 저희가 자문 형태로 웹3.0 산업 접근을 도와드리고 있죠. 기존의 웹2.0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웹3.0 산업에 진출하려면 해당 조직 전체가 웹3.0를 이해해야 하잖아요. 쟁글은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체계적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콘텐츠도 만들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Q: 올해 주목해야 할 다른 사업도 있나요.
A: 온체인 데이터 분석 사업이요. 작년부터 계속 투자했습니다. 올해 사업적으로 성과가 나옵니다. 암호화폐 펀더멘탈 기반의 내재 가치 중심으로 온체인 데이터를 보고 있습니다. 쟁글이 원래 지향하려는 영역들에서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해서 비즈니스화하는 것이 목표죠.
Q: 크로스앵글은 향후 어떤 회사가 될까요.
A: 회사 목표 자체는 웹3.0 산업이나 블록체인 산업을 사람들이 좀 더 신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방법론은 암호화폐 온체인 데이터를 중심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나 전문적인 리서치 기반으로 훨씬 더 투명하고 신뢰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거죠.
Q: 블록체인업계에 종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첫 창업 기업인 오픈서베이 때부터 데이터 기반 사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미래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라고 생각했죠. 기존의 전통 산업에서는 원유 같은 역할을 데이터가 할 거라고 봤고요. 블록체인이라는 인프라는 세상을 혁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웹3.0가 기존 독점 플랫폼 기업들의 데이터 독점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블록체인이 암호화폐 같은 자산과 관련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을 가집니다. 저는 이런 것은 노이즈에 가깝고 암호화폐라는 인프라 자체에 혁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상 자산과 블록체인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긴 합니다. 블록체인 산업이 유의미하게 돌아가려면 인센티브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 인센티브를 구현하는 것이 가상자산입니다.
Q: 2018년 창업 당시의 가상자산 산업의 예상과 현재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A: 처음부터 빨리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블록체인이 혁신하는 과정에서 금융, 각종 플랫폼, 데이터 주권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죠. 인터넷 산업도 지금같이 발전하는데 20년 넘게 걸렸습니다. 인터넷이 일상이 되고 스마트폰이 보편적인 기기가 된 것처럼 블록체인에서 실제 사용 사례가 많이 나와야죠.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20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은 계속 진화하고 있고 기술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어요.
김주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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