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러시아 루블화 빼면 주요국 통화 중 최약체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강(强)달러 현상이 다시 재현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원화가 러시아 루블화를 제외하고 주요국 통화 중 최약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3년 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원화 가치는 6.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도가 높아지고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다.
하지만 원화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서도 가치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가치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3.5% 상승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한 것보다 원화 가치 하락세가 더 가파른 것이다.
러시아 루블화(-7.7%)를 제외하고 주요국 통화 중에서 원화의 절하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는 5.3%, 유로화는 3.0% 절하됐다. 영국 파운드화(-3.9%), 중국 위안화(-3%), 인도네시아 루피아화(-2.5%) 등과 비교해도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은 가팔랐다.
전일 대비 변동률로 보면 원화의 변동률은 0.62%로, 러시아 루블화(0.74%), 브라질 헤알화(0.73%) 다음으로 높았다. 달러인덱스는 0.36%로 집계됐다. 유로화(0.4%), 엔화(0.52%), 파운드화(0.54%)와 비교해도 원화의 변동률은 높았다.
원화의 변동성이 높은 이유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데다 개방도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자본 유출입이 수월하기 때문에 원화는 중국 위안화의 프락시 커런시(대리 통화)로 여겨진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그 여파를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 증권투자(주식+채권)는 소폭이지만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지난달 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1억8000만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순유입 전환이다.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주식자금은 지난달에 이어 순유입(7억달러)을 유지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부터 큰 폭의 순유출을 보인 채권자금이 공공자금의 유출세 둔화, 차익거래유인 확대에 따른 일부 기관의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순유출 규모(-5억2000만달러)가 크게 축소됐다.
한은은 지난 8일 금융·경제 이슈분석에서 "외국인 채권자금 순유출에도 외환·금융시장은 주식자금 유입, 국내외 통화정책 기대 변화 등에 주로 영향받으며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다만 2월 들어서는 미국 통화정책 긴축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며 "향후 공공자금이 당분간 순유출세를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만기도래 채권의 재투자 여부 등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중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2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5원10전 오른 1327원30전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장중 고점 기준으로 지난달 28일 기록한 연고점(1326원60전)을 넘어선 것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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