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팔고 안전자산 매수세 과열
아시아·유럽 증시도 '뚝'
美 국채는 금융위기 후 최대폭 금리 하락
10일(현지 시각) 미 뉴욕증시는 SVB가 파산하며 급락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이날 유동성 부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전날 주가가 60% 폭락한 SVB는 22억 5000만달러 규모의 증자 계획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예금 인출 사태가 가속하며 증시가 대폭 내려앉았다. 나스닥에선 이날 정규장이 열리기 전부터 주가가 68% 추가 폭락하던 SVB 거래를 중지했다.
SVB의 위기가 다른 은행으로 번질거리는 위기감에 매도세가 거세졌다. 퍼시픽웨스턴은행의 지주사인 팩웨스턴 뱅코프는 35.5%, 웨스턴얼라이언스 은행은 23.8%, 퍼스트리퍼블릭은 14.8% 각각 폭락했다.
은행주가 폭락하자 대표 지수도 축소됐다.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이 비해 1.45%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1.76%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1.07% 내려앉았다.
SVB 사태의 여파는 해외 증시에도 번졌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붕괴하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증폭됐다.
이날 유럽 대표 지수가 급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STOXX) 600지수는 1.35%, 영국 FTSE 지수는 1.67%, 독일 DAX 지수는 1.31%, 프랑스 CAC 40 지수는 1.30% 각각 떨어졌다. 도이체방크,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스위스 등 유럽 대표 투자은행 주가도 4% 이상 하락했다.
파산 소식에 앞서 정규장이 마감한 아시아 증시도 흔들렸다. 전날 미국 4대 은행 시가총액이 520억달러 증발했다는 소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항셍지수는 3%,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6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 내려갔다.
미 정부는 이번 SVB 사태가 대형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금과 미 국채 등 안전 자산으로 대피하고 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SVB가 폭락한 이틀 동안 총 0.478%포인트 급락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이날 하루에만 0.2%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치는 증대된다.
안전자산인 채권 매수세가 거세지며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대표 안전자산 중 하나인 금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8%(32.60달러) 오른 1867.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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