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을 뒤흔든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가 정치권의 책임 공방으로 옮겨붙었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때 지역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탓"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공화당 측은 "조 바이든 정부의 과도한 지출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에선 SVB와 시그니처뱅크 파산 책임을 두고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전 정부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지역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이번 파산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발생 2년 뒤인 2010년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했다. 이 법안엔 금융업계가 정기적으로 건전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법을 개정해 대형은행을 제외한 중소·지역은행에 대해선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뉴욕타임스에 'SVB는 사라졌다. 우리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고 트럼프 전 정부를 직격했다. 워런 의원은 "도트-프랭크법이 마련한 금융 규제를 없앤 트럼프 시대의 위험한 규제 완화를 되돌려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 일부를 트럼프 정부에 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박했다. 스티븐 청 트럼프 전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주장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중을 가스라이팅하려는 슬픈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공화당 측은 오히려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하고, 결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들의 자금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이든 때리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SNS)인 소셜트루스에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 경제에서 일어나는 일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가장 바보 같은 증세로 조 바이든은 우리 시대의 허버트 후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허버트 후버는 1920년대 말 대공황기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1929년보다 더 크고 강한 대공황을 맞을 것"이라면서 "은행이 벌써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정부 당시 금융 규제 완화가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디다 주지사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SVB가 (바이든 정부가 중시하는) DEI(다양성·공평함·평등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 등에 관심을 쏟으면서 핵심 임무에는 집중하지 않았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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