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와 크레디트스위스의 공통점은 "시장의 집단 패닉"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가 증폭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두 은행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 하지만 SVB 파산 이후 커진 시장의 공포심이 건전성 우려에 휩싸인 CS로 옮겨붙으며 혼란이 가중됐다.

15일(현지시간) CNN방송은 "SVB와 CS는 '공포'라는 군중 심리를 매개로 연결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스위스 2대 은행인 CS는 SVB 사태 이전부터 부도 가능성이 거론됐다. 2021년 파산한 영국 그린실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이끄는 아케고스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게 결정타였다. 지난 10일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국채 가격 하락으로 파산까지 직행한 SVB 사태와는 관련성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붕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CS의 유동성 위기가 드러나면서 주식 투매가 가속화했다고 CNN은 설명했다.

미국 투자자문사 블리클리 파이낸셜그룹의 피터 부크바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CS 사태는 SVB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서 윌마쓰 조지워싱턴 법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SVB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지역은행 몇 개만으로 사태가 끝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면서 "잠재적으로 대형 은행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S가 지역은행에 불과한 SVB와 달리 몸집이 크다는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작년 말 CS의 자산 규모는 약 5800억달러(약 760조원)로 SVB(2090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전 직원은 5만여명으로 유럽을 넘어 미국, 아시아에서 영업하고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류 케닝엄 수석 경제학자는 "CS는 SVB 보다 훨씬 더 세계적으로 연결된 기업"이라면서 "CS의 위기는 스위스만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