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재시간) 미국 증시는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소화하며 상승 마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 이후 금융 시장 불안과 관련, 추가 조치에 대해 '오락가락'하면서 증시는 연일 출렁였다. 24일 국내 증시는 반도체 IT주 등을 중심으로 한 개별종목 장세를 보이는 동시에 2차전지발 변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 코스닥 2차전지발 변동성 주의보
MSCI 한국 지수 ETF는 1.65%, MSCI 신흥 지수 ETF는 1.39% 상승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283.93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5원 상승 출발, 코스피는 보합권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 증시가 전일 하락을 뒤로하고 달러 약세에 힘입어 나스닥이 한 때 2.5% 급등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이어진 지역 은행 리스크로 인해 매물이 출회되며 하락전환 하는 등 변동성을 키운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며 "이는 향후 경기 침체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엔비디아가 상승하고, 업황 바닥에 대한 기대로 마이크론이 상승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67% 상승한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예금자 보호에 대한 옐런 재무장관의 추가 조치 발언 등으로 관련 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제한된다는 점도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7조원 가까이 순매도 하고 있는 외국인은 최근 이틀 연속 대형주와 전기전자, 특히 삼성전자 중심으로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반도체법 세부내용이 공개된 이후 시장 우려 대비 완화된 내용이라고 일단은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 전기전자업종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일 화두가 되었던 것은 오후 3시께 2차전지 업종에서 대규모 차익실현 물량 나오며 1%대 강세를 보이던 코스닥 지수의 하락을 주도했다는 점"이라며 "2차전지 업종에 일부 과열 양상이 나타났던 만큼 투매현상이 금일에도 이어질지, 또한 유동성이 향후에 어디로 향할지 여부에 따라 다음 주도주가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증시가 반도체 중심으로 상승한만큼 이는 국내 증시에 우호적"이라며 "다만 일부 2차전지 기업들이 수급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코스닥 지수 변동성 확대는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거래대금이 몇몇 2차전지주에 집중되며 지수가 크게 왜곡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美 증시, FOMC 결과 소화하며 상승 마감
23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75.14포인트(0.23%) 오른 32105.25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75포인트(0.30%) 상승한 3948.72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7.44포인트(1.01%) 뛴 11787.40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에도 금리를 0.50%포인트 올린 바 있다. 이날 영국 잉글랜드 은행(BOE)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으며, 스위스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렸다.
이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해도 될 만큼 현 금융시장 불안이 안정을 찾고 있다고 판단했거나, 은행 시스템 전체를 흔들 정도의 이슈라고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이들은 모두 금융시장의 불안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상황이 악화할 경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은 각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
전날 급락했던 미국 지역 은행 관련주들은 이날도 약세를 보였다. SDDR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2% 이상 하락했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6% 떨어졌다. 자이언스 은행의 주가는 10% 이상 하락했고, 찰스 슈왑, 키코프의 주가도 5% 이상 밀렸다.
반면 대형 기술주들은 국채금리 하락 속에 강세를 보였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4% 수준까지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2%가량 올랐고, 엔비디아와 알파벳, 메타의 주가도 2% 이상 올랐다.
■ 오락가락 옐런...무디스 "美 은행 리스크 경제전반 확산할 수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 이후 금융 시장 불안과 관련, 추가 조치에 대해 준비돼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하원 세출위원회 소위에 출석, "우리는 사태 확산을 조속히 막기 위해 중요한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들은 우리가 다시 사용할 수도 있는 수단들"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우리가 취한 강력한 조치들로 미국인의 예금은 안전하다는 확신을 줬다"며 "확실히 우리는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의 은행 대책을 놓고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며 전날 예런 장관이 상원 세출위원회 금융 소위에서 모든 예금 보호를 위한 '포괄적 보험'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통신은 "투자자들은 규제 당국이 은행 예금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전날 상원에 출석해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한 바가 없다"며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은행 사태가 연쇄적인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으로 표출되는 시스템 위기로 간주될 때에야 연방예금보험공사(FIDC)가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스트레스가 다른 부문과 미국의 경제 전반으로 번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금융·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미 금융당국이 "은행권 안팎에 대한 장기적이고 심각한 영향 없이 현재의 혼란을 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영국 기준금리 0.25%포인트 올려…스위스 '빅스텝'
영국과 스위스가 최근 금융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 일단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23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예상외로 뛴 것으로 발표되면서 이날 BOE의 금리인상은 거의 확실시됐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1월 연 10.1%에서 2월 연 10.4%로 오르며 넉달 만에 반등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등에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BOE는 물가 단속이 더 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SNB)도 기준금리를 연 1.5%로 0.5% 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최근 국내 2위 투자은행인 CS가 재무위기에 빠지며 금융시장에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변수가 있었지만 물가에 대응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SNB는 성명에서 스위스 정부 주도로 UBS가 CS를 인수하며 금융 시장 혼란이 멈췄다고 자평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로 0.25%포인트 인상하고 추가 긴축을 시사했다. 전날 미국 중앙은행(Fed)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16일 0.5%포인트 올렸다.
■ 작년 저축은행 순익 19% 감소한 1.6조원…연체율 3%대로 상승
지난해 국내 저축은행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 여파로 취약 차주들의 상환 여건이 악화하면서 연체율은 3%대로 상승했다.
2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상호저축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은 1조59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1조9646억원)보다는 18.8%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저축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증가세를 유지하며 매년 최대 기록을 경신해왔는데, 지난해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작년 말 총여신 연체율은 3.4%로, 전년 말(2.5%)보다 0.9%포인트(p)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4.7%, 기업대출 연체율은 2.8%로 각각 전년 말보다 1.0%포인트씩 올랐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7%포인트 상승한 4.1%로 집계됐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연체율이 악화됐으나,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지난 2016년 말에는 연체율이 5.8%까지 오른 바 있으며,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에도 현 수준보다 더 높은 3.7% 수준이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은 현재 재무적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해 대출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담보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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