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행 횡령 사고' 막아라…'내부통제 강화' 꺼내든 정치권
올들어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 등 금융권에서 횡령을 비롯한 내부통제 실패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은행 이사회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다수 등장했다. 금융당국도 4월 중 자체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제출을 예고하면서 상반기 내 관련 법령 개정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중으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등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고, 영역별 내부통제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 기준이 적절한지 점검 및 보완해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한다. 이사회는 대표의 내부통제 점검 업무를 감독하는 책임을 떠안게 된다. 또한 금융사가 지정한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도 관련 리스크를 대표에게 보고할 법적 의무가 생긴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대규모 사고가 발생해도 경영진이 직접적인 처벌을 받은 사례가 드물었다.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대표의 책임이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사회도 전문성보다는 정무적 관계나 대표와의 친분 중심으로 선임되면서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거수기' 기능에만 충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책임이 강화되는 만큼 내부통제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경우의 보상도 제시됐다. 김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 내부통제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경우 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한규 의원은 "금융기관 횡령 건수는 감소 추세지만, 피해 금액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원칙뿐인 법으로 금융사 대표와 이사회의 꼬리 자르기를 방치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책임을 명시하고 이를 준수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 임원의 자격 요건 관련 법률도 강화되는 추세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유예기간 중인 이를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하지 못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황 의원은 "현행법상 대부업체는 금고형 이상을 선고유예 받은 이를 임원은 물론, 직원으로도 채용할 수 없는 반면 은행과 보험, 카드사 등에는 더 너그러운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실상"이라며 "임원 자격요건을 강화해 금융사의 건전성과 시장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입법에 나선다.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오는 4월 중 자체적인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법조계 및 업계 인사를 포함한 내부통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당 법안을 준비해왔다.
금융위가 제출할 개정안에는 내부통제 실패로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에게 해임·직무정지 등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대한 금융사고에는 △불완전판매 △일정 금액 또는 기간 이상의 횡령 △피해가 큰 전산 사고 등이 포함된다.
정치권과 금융업계에서는 당국의 입법 의지가 강력하고, 야당에서도 관련 법안이 등장한 만큼 법 개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은 대형 금융사고 뒤에 늘 언급됐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진 경우가 드문데, 이번에는 국회 다수당인 야당과 당국 모두 의지가 강력하다"라며 "업계에서는 상반기 중 입법이 유력하다고 보고 준비에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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