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미국 증시는 계속되는 은행 위기 속에 금융권에서 추가 악재가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증시는 미국, 유럽 은행권 위기 여진, 중국 제조업 PMI, 미국 PCE 등 주요 경제지표, 마이크론 실적 등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MSCI 한국 지수 ETF는 1.29%, MSCI 신흥 지수 ETF는 0.26% 하락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293.01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2원 하락 출발, 코스피는 보합권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 증시는 도이체방크 우려에도 불구하고 라가르드, 불라드 총재등의 발언으로 은행 리스크가 확대되기 보다는 안정을 찾아가며 상승 전환한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파월 연준 의장과 옐런 미 재무장관이 최근 미국의 은행 시스템이 견고하다고 주장한데 이어 불라드 총재, 토마스 바킨 총재, 보스틱 총재 등과 라가르드 ECB 총재 등 이날 발언이 있었던 주요 인사들 또한 은행 시스템의 견고함을 주장해 도이체 방크 이슈의 확대 가능성을 제어한 점도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무디스를 비롯한 여타 신용평가사들은 여전히 은행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이슈도 재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며 "국내 증시는 보합권 출발 후 여전히 지수 보다는 종목과 업종 중심으로 변화하는 종목 장세가 당분간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레인지를 2370~2470선으로 예상했다. 그는 "주중 예정된 중국 제조업 PMI, 미국 미시간대 기대인플레이션, 근원 PCE 등 주요지표 결과가 중요할 것"이라며 "SVB 사태 이후 노랜딩 가능성은 크게 낮아지면서, 경기 둔화의 강도에 대한 문제로 재차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들의 주가 상단이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28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실적 및 가이던스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글로벌 은행 리스크가 여전하지만 신용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시중금리 하락으로 긴축은 사실상 종료된 점도 긍정적"이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도주 확산이 이뤄진다면 시장의 하방은 더욱 단단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등락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지표, 변동성 지표는 레벨업된 수준에서 고공행진 중으로 여전히 변동성 확대 국면은 유효함을 시사한다"며 "당분간 채권금리 반등은 밸류에이션 레벨 하방압력을 높이고, 달러화 반등은 원화 약세로 이어져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S) 등 불씨가 된 주요 은행 문제는 각국 정부 지원으로 일단락됐지만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위기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난주 후반 이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도이체방크의 수익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하는 등 정부가 진화에 나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진정됐다.
이번주에는 은행 위기 전이 가능성에 참고할 만한 일정이 예정돼 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SVB, 시그니처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청문회 증언을 요청했다. 마이클 바 미국 중앙은행(Fed) 금융감독담당 부의장도 증언한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Fed 관계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주요 발언도 나온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채권시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필립 제퍼슨, 리사 쿡, 수전 콜린스, 존 윌리엄스 등 Fed 인사들의 발언이 예정돼 있다.
중국에선 27일 1~2월 공업기업 이익 증가율, 31일 3월 공식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이 나온다. 공업이익은 연매출 2000만위안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제조업 부문 수익성 지표다. 중국 공업이익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제로 코로나' 통제 속에 -4%로 떨어졌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기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를 이번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가통계국은 제조업과 비제조업(서비스업+건설업) 부문 기업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PMI를 내놓는다. 제조업 PMI는 지난 1월 50.1로 넉 달 만에 50을 웃돈 데 이어 2월에는 52.6으로 올라갔다. 3월 예상치는 50.5다. 비제조업은 1월 54.4로 전월 41.6에서 반등했다. 2월에는 11년 만의 최고치인 56.3으로 뛰었다. 3월 예상치는 54.3이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3월보다는 내려가지만 여전히 50을 웃돌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재무부가 이번 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한국 정부는 미국 재무부가 작년 말에 백서 형태로 공개한 예상 제정 방향에 한국 배터리 업계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보고, 세부 규정안이 백서 내용을 그대로 담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26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 중요한 조항인, 전기차의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은 법에 규정된 내용이어서 바뀔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 보인다.
미 재무부가 작년 12월29일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 가운데 '배터리 부품 요건'은 올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전체 부품 가치 중 50%(2029년까지 100%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이 북미 지역 안에서 제조 또는 조립되는 경우에만 3750달러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또 '핵심광물 요건'에선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2027년까지 80% 이상으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해야 3천75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도록 명시했다.
다만 재무부는 백서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추출한 광물이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우엔 원산지를 FTA 체결국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는 중국 등에서 수입한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도 부가가치 기준을 충족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광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 유리한 규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배터리 부품 요건과 관련, 백서는 배터리 부품에는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 셀, 모듈 등이 포함된다고 정의해서, 음극재와 양극재를 만들 때 필요한 물질은 '구성 재료'(Constituent materials)는 배터리 부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는 음극재와 양극재의 재료는 북미에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역시 한국 기업에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미국 정부와 지속해서 협의해온 한국 정부는 세부 규정이 백서 내용대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미국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 '구성 재료' 부분이 미국 내 공급망 강화라는 IRA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회사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은행주와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를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주가 하락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SVB 사태가 터진 이달 10일 이후 이날까지 국내 4대 금융지주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는 신한지주 1163억원, KB금융 829억원, 우리금융지주 448억원, 하나금융지주 464억원 등이다. 이 기간 주가는 신한지주가 5.08%, KB금융 7.2%, 우리금융지주 4.92%, 하나금융지주는 5.72% 하락했다.
매수세는 국내 은행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파산위기설에 휩싸인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을 10일 이후 7342만달러(약 95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해외 주식 중 순매수액 3위로 알파벳(구글), 테슬라보다 순위가 높았다. 이 기간 주가는 87% 떨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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