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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라고 생각 안합니다"…물적분할에도 의연한 소액주주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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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주총서 물적분할 안건 통과
소액주주 "결과 실망스럽지만 주주행동 이어갈 것"
학계 "기업과 소액주주간 신뢰 문제…경제적 가치 판단은 시간 필요"

KCGI,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DB하이텍 지분 취득

국내 주식시장은 대외적 변수가 다양해지면서 예측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1000만명이 넘는 개인투자자(개미)들이 헤쳐나가기엔 더욱 그렇습니다.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기업을 분석합니다. 독자들에게 도움되는 진짜 정보를 전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소액주주, 이른바 개인투자자(개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주행동들이 힘을 받으면서 회사 입장과 첨예한 대립을 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늘었다. 하지만 최근 소액주주들의 뜻이 꺾였음에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회사가 있다. 바로 DB하이텍이다.


1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DB하이텍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설계사업(팹리스) 부문에 대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됐다. 소액주주들은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며 물적분할을 반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소액주주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DB하이텍 소액주주가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물적분할을 막진 못했지만, DB하이텍이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단순히 '물적분할을 막겠다'라는 것보단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물적분할을 막겠다'는 게 당초 목적이었다"며 "회사가 12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물적분할을 승인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주주행동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DB하이텍은 투자비 부담이 적은 구형 공정 8인치(200㎜) 분야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을 고수했으나 주총을 앞두고 입장을 바꿨다.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는 주총서 12인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위해 건강한 차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물적분할 과정 문제있다"

이상목 대표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주행동을 이어갈 것이란 뜻을 밝혔다. DB하이텍이 물적분할을 추진했던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액주주연대는 우선 물적분할 일정을 지적했다. DB하이텍은 지난 7일 이사회를 개최해 정기주주총회에 물적분할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주총은 지난 29일 개최됐으므로 분할 계획 공시와 주총 사이 기간은 약 3주였다. 의결권 자문사도 이 점을 꼬집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주총에 앞서 보고서를 내고 "소액 주주에게 충분한 주어지지 않은 채 분할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소액 주주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주식매수청구권도 지적했다. 주식매수청구권 상 매수 가격은 주주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이 절차가 생략됐고, 가격도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회사가 제시한 매수청구가격은 주가가 하향된 이후에 결정된 가격으로 주주보호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회사 측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현행 제도에 따라 주당 4만6480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관련 시행령이 개정되며 주식매수청구권의 매수가격은 주주와 기업 간 협의로 결정돼야 한다. 협의가 되지 않았을 땐, 자본법령상의 시장가격(이사회 결의일 전일부터 과거 2개월, 과거 1개월, 과거 1주일간 각각 가중평균한 가격의 산술평균 값)이 적용된다.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외경./사진=DB하이텍

주총에 앞서 DB하이텍은 물적분할 자회사 DB팹리스(가칭)를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5년 안에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해 주주보호 방안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5년이 지난 시점에서 DB팹리스 상장을 추진하게 되면 모회사(DB하이텍)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의무화한다는 조항을 DB팹리스 정관에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을 담은 안건들은 주총서 통과돼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회사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물적분할 검토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재차 추진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에도 DB하이텍은 물적분할을 추진했지만, 소액주주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작년 9월 26일 DB하이텍은 "현재 진행 중인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대표는 "분할 후 자회사 DB팹리스가 투자를 받게 되면 DB하이텍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는 점을 주총 당시 회사에 질의했는데, 명쾌한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계 "제도 자체보단 신뢰 문제"…KCGI, '경영권 영향' 목적 지분 매입

전문가들은 기업과 소액주주 간 신뢰를 문제로 지적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적분할이 증여, 상속에 활용되는 등 오용된 사례가 누적돼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며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이라는 수단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홍 교수는 물적분할 제도 자체에 대해 비판하는 건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는 "사업 분야 특화, 경쟁력 강화 등 물적분할의 존재 의의는 분명히 있다"며 "물적분할이 주가에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주인수권을 도입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DB하이텍 주식을 매수한 주주는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도 없었고, 주식매수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었다"며 "상장을 전제로 한 물적분할의 경우, 소액 주주가 자회사의 신주인수권과 주식매수청구권 중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불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성부 KCGI 대표./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한편 DB하이텍 물적분할 이슈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행동주의펀드까지 물적분할 과정을 지적한 탓이다. 지난 30일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는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경영권 영향'을 목적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KCGI 측은 "기업분할, 합병 등 일반주주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선 일반주주들만의 표결(MoM)로 의사결정을 해야 했다"며 "물적분할 추진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 소통 부족이 있었던 점은 아쉽다"고 했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과거 강성부 대표를 만나 주주연대와 함께할 것을 요청한 적이 있다"며 이번 사례를 "훈련된 개인주주와 노련한 행동주의펀드의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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