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고금리 기조로 인해 내년까지 기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 기조 강연을 통해 "이미 건설사들이 한 주에 2~3개씩 부도가 나고 있다"며 "내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기업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시장 원리에 따라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이 이뤄지더라도 대형 건설사나 금융회사가 도산하는 등 충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게 금융당국의 몫"이라며 "부실 위험이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300곳을 추려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도 시스템 위기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와 흥국생명발 유동성 위기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맞아야 할 매를 먼저 맞은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정부가 SVB 예금을 전액 보증하고 스위스 당국이 UBS를 압박해 CS를 인수하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시장친화적으로 해결했다"며 "선진국이든 우리나라든 정부로서는 시스템 리스크로 가는 것만은 막겠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전력 채권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와 협의해 올해 발행 물량을 한 자릿수(10조원 이하)에서 관리할 예정"이라며 "올해만 넘기면 금리 인하, 에너지 가격 인상 등의 요인이 반영되면서 내년부터 단기 자금시장이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PF 취약기업 관리중…순차적 구조조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5000곳 가운데 부실이 우려되는 300~500곳을 추려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4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해 6월 약 한 달 간격을 두고 취임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함께 부동산 PF 현황을 살펴보면서 최소한 1년 반에서 2년에 걸쳐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유동성 과잉 공급이 10년 이상 지속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아무런 구조조정 없이 부동산 PF 부실을 해소하긴 쉽지 않다"며 "기준금리가 올해 말 또는 내년에 떨어진다고 해도 이미 높아진 금리로 휘청이고 있는 기업들은 2년 뒤까지 구조조정의 영향권에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시장 원리에 따른 구조조정을 지원하되 시스템 위기 전이는 막겠다고 했다. 그는 "건설사 등 기업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은 필사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장기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행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대출 등 리스크가 없는 자산에서 창출하는 수익이 50% 이상"이라며 "총자산 500조원 이상인 금융지주회사들이 이처럼 편한 이익에 천착하는 구조가 한국 경제 생산성 관점에서 바람직한지 묻고 싶다"고 했다.
비이자수익 증대를 위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선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 원장은 "은행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네이버은행' '삼성은행'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론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는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보험사들이 노인 요양 사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금산분리 문제로 가로막혀 있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관점에서 건별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민생금융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금리 상황이 지나치게 오래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는 것은 이미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 일부로 들어와 있다"고 했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 원장은 "시장에서 '꾼'들이 30억원, 50억원, 100억원짜리 행위를 할 때엔 시장교란 행위자라면, 쌍방울·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 등처럼 규모가 1000억원, 5000억원, 1조원에 달하면 '사회 세력'으로 자리잡게 된다"며 "조기에 적발해야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기/최한종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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