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갈등이 한국의 생산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국을 중심으로 경제 블록이 형성되면 중국과의 교역이 많은 한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블록화하면 한국도 타격
IMF는 5일 세계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미리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IMF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미국 블록과 중국 블록이 생길 경우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output)이 5년간 1%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장기적으론 2%대의 감소가 예측됐다.
이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은 경제동맹에 참여하지 않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경우다. 이 경우 미국 블록은 전세계 GDP의 45.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이 16.0%를 점유하는 것을 포함해 EU와 스위스 15.6%, 다른 선진국 13.8% 등이다. 중국 블록은 중국 17.5%, 동남아시아 4.0%, 기타국가 17.0% 등 38.5%를 점유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량 감소의 타격은 개도국 중심인 중국 블록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미국 블록에서도 중국과 관련성이 있는 국가들은 생산 감소를 겪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독일 등을 언급했다. 미중 갈등이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IMF가 경고한 셈이다.
다만 현재는 미국의 대중 투자 감소가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MF는 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40.1% 감소하면서 투자가 다른 국가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캐나다 등 미국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이 상대적인 승자(relative winner)가 됐다"고 썼다.
IMF는 "정치적 긴장으로 경제가 파편화되면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이 큰 영향을 받는다"며 "상대적인 승자는 있을 수 있지만 세계 경제는 더 가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제적 분열을 추구하는 정책은 비동맹국 뿐 아니라 자국과 그에 동조하는 국가들에도 큰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고 덧붙였다.
IMF는 이같은 상황에서 개별 국가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도록 구조개혁과 인프라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봤다. 민간 부문의 개발을 촉진하는 것도 분열된 상황에서 취약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한국 부동산 PF, "우려된다"
IMF는 전날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서는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시장 불안을 경고하기도 했다. 비은행 금융사의 위험을 거론하면서 지난해 10월 한국이 겪었던 레고랜드발 회사채 시장 위기를 케이스스터디로 제시했다.
IMF는 "한국의 PF 대출은 자금 구조가 취약하고 만기 불일치도 상당하다"며 "한국 PF 대출 연체율이 2013년의 정점보다 더 오를 가능성은 낮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역풍이 계속되고 있어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어 "당국은 부동산 금융과 관련된 잠재적인 채무불이행 우려를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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