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다가 주식 샀는데 5분의 1토막 났습니다"
새벽배송을 개척한 컬리는 여성들이 '심쿵'할만한 요소는 모두 갖췄습니다. 마치 패션 잡지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쇼핑 사이트. 보라색 박스에 담겨오는 신선한 식자재. 전지현과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사용하는 센스까지. 컬리의 등장은 유통업계 혁명과도 같았습니다.
기업가치도 치솟았습니다. 작년 초 시가총액은 5조원으로 불어났습니다. 발 빠르게 주식을 사들인 주부들이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컬리만 있으면 재테크도 해결될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주가가 고점 대비 5분의 1토막 나며 급락하고 있습니다. 주주들은 "화장에 가려진 얼굴을 보고 주식을 샀는데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8일 비상장 주식거래소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주당 2만2900원에 거래됐습니다. 작년 1월 고점(11만6000원) 대비 80% 급락했습니다. 4조4817억원에 달하던 시가총액도 8847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주가가 급락한 것은 금리 상승, 경기 침체 등을 계기로 벤처기업에 부여하던 '혁신 프리미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새벽배송을 개척했다는 점 때문에 높은 가치를 받았지만 이제는 경쟁사와 비교해 특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월 코스피 상장 연기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기업 공개를 계기로 기존 유통사에 비해 취약한 재무구조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면 이미지, 성장성 등으로 꾸몄던 화장을 지우고 상장 기업의 잣대로 평가받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컬리는 22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5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컬리가 매년 2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이마저 전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컬리가 기관들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배경입니다.
주주들은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손실이 50~80%에 육박하고 있는데, 주가는 반등할 기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주주는 "컬리가 과연 상장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신사업으로 내놓은 '뷰티컬리'는 뜬금없고 속이 터지고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분개했습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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