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중국도 '글로벌 경제 연료' 디젤 사용량 급감…"경기침체 전조"
세계 주요국의 디젤 사용량이 급감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연료'나 다름없는 디젤의 수요 둔화가 경기 침체의 바로미터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올해 디젤 수요는 전년 대비 2%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여파로 세계 경제의 상당 부분이 마비됐던 2020년을 제외하면 2016년 이후 가장 큰폭의 하락세"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S&P글로벌의 미국연료·정유부문 책임자 데브닐 초두리는 "최근의 경기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후폭풍 시기와 맞먹을 정도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 9일 기준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주간 트럭 수가 전주 보다 8% 급감하는 등 몇 주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석유산업 컨설팅업체 오일켐 자료에 의하면 이달 초 중국에서는 상업용 디젤 비축량이 8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최근 원유 선물에 대한 디젤의 프리미엄이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드매켄지의 수석 애널리스트 다프네 호는 "최근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기 시작한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도 디젤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라고 짚었다.
디젤은 상업용 화물 트럭, 건설 장비 차량 등에 쓰이는 중장비 연료다. 미국에서는 전체 디젤 수요량의 70%를 트럭운수 분야가 소비한다. 미국 화물트럭연합(ATA) 소속 밥 코스텔로 수석 경제학자는 "미국의 공장 생산량 감소, 주택 경기 침체, 소매업체의 재고 소진 등으로 인해 트럭운송업계가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내 공급망 정보 회사인 프라이트웨이브스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시즌 트럭 운송량은 5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감소했다.
코로나19 당시 각국 정부가 취했던 봉쇄 및 격리 조치가 해제된 뒤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인터넷 주문을 통한 대량 포장상품 등 소비재 중심에서 휴가, 대면 서비스 등으로 옮겨간 탓에 트럭운송량이 줄어들었단 분석도 있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급등세로 인해 소비자들이 탄산음료 등과 같은 비필수 소비재 중심으로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도 물동량이 급감한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통상 디젤 사용량 감소는 근본적인 산업 활동 약화, 소비자 지출 감소 등 경기 침체 초기신호로 여겨진다. 내이션와이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 벤 아이어스는 "디젤 수요는 가계 지출 추세 등과 맞물려 경제 성장의 선행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며 "디젤 수요 감소는 경제 전반에 걸쳐 위축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경제학자들은 내년에 미국과 유럽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각각 65%, 49%로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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