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25일 강보합권에 출발 후 개별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간밤 미국 증시는 대형 기술기업인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변동성을 키웠으나 장 막판에 반발 매수세가 유입, 나스닥지수가 낙폭을 축소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마찰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되겠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전날 삼성전자를 9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것은 업황 바닥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며 "이날 국내 증시는 강보합권에 출발 후 개별 종목 실적 발표에 주목하는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최근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도체 테마주에 외국인 수급이 쌓이고 있다.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최고점을 통과하며 가격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다. 부진한 1분기 실적이 예상되나 반도체 업황의 '상저하고' 흐름이 가시화되자 반도체 섹터 비중을 늘리는 모양새다.
반도체 테마는 이번 주 분수령을 맞는다.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이어지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컨퍼런스콜이 예정된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통한 수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의 컨퍼런스콜에서는 각각 부진한 실적과 원인 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나 구체적인 감산 계획 등이 언급될 시 주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한·중 관계에 긴장감이 감돌면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커질 수 있는 만큼 관련주들의 추이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에 대해 "중국이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발언한 뒤 한·중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특히 이번주 열리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안 갈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중 갈등은 더 증폭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한·중 관계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낙수효과가 아직 크지 않아 국내 관련 기업들의 펀더멘탈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센티멘탈(시장심리)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투자자들은 본격 시작되는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오는 25일에는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이 발표되며, 26일에는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의 실적이, 27일에는 아마존, 인텔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간밤 미국 증시 개장 전에 코카콜라가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과 매출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0.16% 하락했다. 이날 장 마감 후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으로 주목받아온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실적이 발표됐다. 1분기 동안 회사의 예금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많이 줄었다는 소식에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개장 후 거래에서 7%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정규장에서 퍼스트 리퍼블릭의 주가는 12%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연초 이후 크게 올라 이번 실적에 오히려 투자자들이 실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스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S&P500지수 내 11개 섹터 중에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통신서비스와 기술 관련주다. 이들은 각각 19%, 18% 이상 올랐다. 이는 실적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기를 보여주는 전미활동지수(NAI)가 2개월 연속 마이너스대를 기록했다는 점은 경기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간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3월 전미활동지수는 마이너스(-)0.19를 기록해 직전월과 같았다.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0.25보다 약간 덜 부진했다.
전미활동지수가 플러스이면 경기가 장기 평균 성장세를 웃돈다는 의미이며, 마이너스이면 장기 평균 성장세를 밑돈다는 의미이다. 전미활동지수는 생산, 고용, 실업과 소비, 판매 등 85개 경제지표를 가중 평균해서 구한다.
증시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를 앞두고 영향권에 진입했다. FOMC는 다음 달 2~3일 개최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미 Fed가 이번 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5월 FOMC에서 Fed가 25bp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87.4%로 전망하고 있으며, 금리 동결 가능성은 12.6%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 Fed 태도가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주식시장의 노이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 경기(27일 1분기 GDP 발표)와 물가(28일 3월 PCE 물가 발표)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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