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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 10%가 金보다 비트코인을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한경 코알라]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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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종의 알쓸₿잡 <74>

복잡한 경제상황

지난주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3월 CPI가 전년 대비 5.0% 올라 2월의 6.0% 상승과 이코노미스트 예상치인 5.1%를 모두 하회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제야 인플레이션이 비로소 본격적인 하락 기조에 돌입했다며 환호했다.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확신이 들면 연준도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겠느냐는 행복회로도 함께 가동됐다.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되며 비트코인 가격도 오랜만에 3만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연이어 발표된 미국 미시건대 소비자 심리지수는 다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향후 12개월 후의 물가를 묻는 조사에서 지난달 3.6% 대비 무려 1%p가 오른 4.6%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미래의 경기를 암울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멀리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사그러드는 모습이지만 일상생활에서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물가는 그다지 개선되는것 같지 않다. 강남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내 입장에서 가장 확실하게 와닿는 변화는 역시 외식비다. 작년 말부터 인근 식당들이 하나 둘 점심 메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요새는 1만 1천원 밑으로 먹을 수 있는 점심식사 메뉴가 거의 없다.


특히 배달음식을 시켜먹을때 느껴지는 가격 부담감은 더욱 더 크다. 최소 주문비용, 배달 수수료 등의 추가 비용이 더해지고 나면 식당에서 먹을때보다 돈이 훨씬 더 든다. 원래 기술의 발전은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하락시키는 디플레이션 요소라고 배웠는데 요즘 배달음식 비용을 가만히 지켜보면 정말 그런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내 주변 사람들은 비싼 배달음식을 끊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거나, 가까운 식당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로 인해 꽉 막혔던 글로벌 공급망도 어느정도 해소되었다고 하는데 실생활 물가는 왜 잘 내려오지 않는걸까. 그리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기 전망은 왜 더욱 어둡기만 한걸까. 경제는 한방향으로 흐르는 물살처럼 단순명료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수많은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이 하나하나 누적되어 발생하는 결과값이다. 만약 높은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면, 그만큼 물건값을 밀어올리는, 또는 화폐 구매력을 떨어트리는 수많은 나쁜 의사결정들이 많이 축적되어 왔다는 뜻이다. 오늘은 그 수많은 나쁜 의사결정 중 한가지를 예로 들어 왜 아직도 글로벌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지 그 원인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사모펀드가 밀어올린 식료품 가격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다시 해상길, 하늘길이 열리며 이제는 모두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식비와 장바구니 물가는 쉽사리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는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얽혀 있는 식료품 산업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현재 식료품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사정에 놓여 있다. 지난 몇 년간 사모펀드들이 글로벌 대형 식품 회사들을 대량으로 인수한 것이 그 배경이다. 이들은 2021년에만 해도 불투명한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식료품 비즈니스는 계속해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모펀드들은 2021년 한해 동안만 식품과 음료 제조업체 786개를 총 320억 달러를 투자하여 인수했는데, 대부분의 거래에서 차입 인수(Leveraged Buyout, LBO)를 많이 이용했다. 참고로 LBO에서는 기업 인수에 들어가는 자금을 대부분 인수 당하는 기업이 은행 대출을 통해 마련한다.


그러나 사모펀드들의 예측은 틀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모든 투자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LBO 인수를 위해 대규모 대출을 받은 식료품 기업들은 매달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고, 이는 그대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사모펀드가 LBO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의 은행 대출은 대부분 변동 금리다. 때문에 사실상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 금리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게다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높은 인건비,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해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도 그리 좋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에 내야 할 이자 비용이 상승하는데 매출이 잘 오르지 않는다면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밖에 답이 없다.


그러나 상품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 역시 대응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의 구매를 줄이거나 저렴한 브랜드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에 맞서게 된다. 만약 특정 식료품 기업이 섣불리 상품 가격을 올린다면 경쟁자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 언제나 투자에 대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곤란한 것이다.


사모펀드는 엄연히 말하면 기업이 아니라 투자조합이다. 조합에 자금을 대준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보고해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운영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성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식료품 가격 상승은 인수한 기업들의 이익을 단기적으로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므로 사모펀드들 입장에서는 계속 이 패를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2021년 대규모로 단행한 LBO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2022년 9월까지 평균 마이너스 9%로 대부분의 투자가 손실 상태다.


사실 식료품 기업도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한 명분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비난의 대상을 정부와 중앙은행으로 돌리면 된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너무 급격하게 올렸기 때문에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이자 비용이 증가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상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사모펀드들은 경제 여건이 한창 좋을때는 LBO 투자를 통해 연 평균 20% 이상의 수익을 올려 왔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금리 환경에 매일같이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의 장기적 경영 전략에 부담을 주더라도 경영진을 압박하여 가격 인상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전 세계 유명 식품 기업들은 너도나도 상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오렌지 쥬스 제조업체 Tropicana(트로피카나)의 경우 노동력 부족, 철도 화물 운송 지연, 과일 가격 상승 등의 문제로 인해 쥬스 가격을 인상했다. 일부 고객들이 경쟁 쥬스 제품으로 이탈하는 조짐이 벌써 보이고 있지만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디저트용 케이크를 제조하는 Dessert Holdings(디저트 홀딩스)와 생수, 탄산수, 기타 음료를 생산하는 BlueTriton Brands(블루트리톤 브랜드)와 같은 다른 대기업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추가 이자 비용을 감당하는 동시에, 자신들을 인수한 사모펀드들의 실적 압박까지 견디어야 하는 상황이다. 디저트를 만드는 원재료인 곡물 및 유제품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한치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영업이익 감소와 그로인한 기업가치 하락을 견뎌낼 수가 없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식료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고금리, 고인플레 시대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이벤트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마련이다. 소위 '케인즈 경제학파'로 분류되는 현대 주류 경제학은 이럴때일수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재정을 풀고 사람들의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로 분류되는 고전 경제학은 미래가 불확실할때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저축을 늘리는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화량을 늘리는 행위는 사람들의 과오투자와 과소비를 촉진한다고 가르친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비트코인 진영에서 늘상 얘기하는 '가격신호'가 망가진 상황을 야기한다.


원래 자유시장경제에서 가격은 가장 믿을만한 정보이다.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언제나 최선의 접점을 찾아가 알아서 매겨진다. 돈에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매겨지는 가격이 있다. 바로 금리이다.


2022년 초만 하더라도 미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점진적이고 천천히 진행할 것이라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당시 이 말을 가장 철썩같이 믿었던 사람들은 바로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이다. 대출받은 자금으로 부동산을 사고, 그 부동산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또 다른 부동산을 사는 소위 '갭투자'를 해놓은 사람들은 이 말만 믿고 2021년 공격적으로 받아놓은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버텨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연준은 그 해 1년간 기준금리를 7차례 올리며,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다. 2022년 초 거의 제로(0) 금리에 가까웠던 초저금리가 연말에는 4.00%P 후반이 됐다. 이 무분별한 통화정책은 시장에서 매겨졌던 돈에 대한 모든 가격신호를 망가뜨렸다. 결과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주체는 망가진 돈의 가격신호, 즉 한동안 이어졌던 초저금리 기조가 알고보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일반 시민들이다.


식료품 가격도 이와 상황이 비슷하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자 기준 금리를 인상했던 연준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식료품 가격을 밀어올린 형국이다. 빠르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려 한 연준의 결정은 일부 거품을 걷어내긴 했으나 이런식으로 수많은 가격신호를 망가뜨렸다. 특히 LBO를 통해 식료품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던 사모펀드들처럼 대규모 차입금을 이용해 큰 베팅을 단행했던 경제 주체들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최악의 정책 결정이었을 것이다.


아마 우리는 당분간 원래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였던 2% 성장을 보지 못할 것 같다. 경제의 많은 영역이 거대한 빚더미 위에서 위태롭게 지탱되던 상황에 고금리 태풍이 불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기 때문이다.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손식을 만회하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려야만 한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잡히지 않아 중앙은행도 섣불리 기준 금리를 내릴 수 없다. 전 세계의 모든 언론이 자신들의 정책 결정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기준 금리를 더 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이 정도 수준에서 기준 금리가 유지되면서 만성적인 고물가와 저성장이 장기간 반복되는 다소 암울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나 주인공은 존재하는 법. 역사적으로 고물가 저성장 시대에도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가치가 상승했었다. 비트코인은 아직 선진국 금융산업에서 위험자산의 내러티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고 거의 모든 자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세상에서는 이 사태를 초래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아무 상관없이 오로지 시장에서 수요의 증감을 통해서만 가치가 매겨지는 비트코인의 지위가 재평가될 것이다. 비트코인이 금보다도 뛰어난 궁극의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전 세계 인구의 10%에만 각인되어도 비트코인은 본격적으로 케즘(Chesm) 협곡을 지나 기하급수적인 채택률 증가를 맞이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 열심히 비트코인을 DCA(적립식 매수)로 투자하는 이유다. 원래 불경기는 다음 상승장에 빛을 볼 텐배거(Ten-bagger) 종목을 찾아 꾸준히 모으는 기간이다. 만약 아직 비트코인의 가치를 잘 모른다면 이 기회에 한번 공부해보도록 하자. 벤자민 프랭클린도 말하지 않았던가 "지식에 대한 투자는 항상 최고의 이자를 지불한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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