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연간 89만6000원 지출 줄여
2021년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가 3%포인트 오르는 동안 20대의 연간 소비가 90만원 가까이 줄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같은 기간 60대 연간 소비 감소폭의 8배 이상이다. 저금리 시기 부동산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이 상환 부담에 못 이겨 지갑을 닫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6일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금리가 연 0.5%에서 올해 연 3.5%로 인상되는 사이 20대의 연간 소비는 89만6000원 줄었다. 60대의 소비 감축액(10만8000원) 보다 8.3배 많다. 30대는 61만3000원가량 소비를 줄였다. 2018년 1월~2022년 12월 차주 단위의 소득과 주택 보유 여부, 카드 사용액 등을 분석한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로 금리가 내려갔을 당시 부동산 대출을 끌어모은 2030세대의 타격이 컸다.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이들은 금리 상승기에 부채 상환 부담이 급증하자 소비를 줄였다. 중장년층과 달리 자산 처분이나 추가 차입을 통해 소비수준을 유지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청년층의 경우 전체 대출 중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82.4~85.0%에 달해 중장년층(63.6~73.1%) 보다 20%포인트 정도 높다.
청년층 내에서도 신용 수준에 따라 소비 감소 규모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중 부채 보유 상위 50%의 소비 감소액은 26만4000원으로 부채가 없는 청년의 소비 감축액(2만4000원) 보다 11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부채 상위 50% 청년 중 저신용층(신용점수 700점 이하)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때 연간 53만9000원 지출을 줄였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청년층 차주의 연체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미루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청년층 차주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부채를 보유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면서 "한계상황에 직면한 청년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블루밍비트 뉴스룸
news@bloomingbit.io뉴스 제보는 news@bloomingbit.io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