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탕이 들어가는 빵,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4월 설탕의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49.4포인트로 201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127포인트)보다는 17.6%, 1년 전(121.5포인트)보다는 22.9% 급등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영국 런던 선물 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설탕은 1년 전보다 37.2% 오른 당 717달러에 손바뀜했다. 설탕 가격이 당 7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설탕 가격의 고공행진은 공급 부족 우려 때문이다. 인도와 중국에서 생산량 전망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태국과 유럽연합(EU)의 생산량도 예상치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생산량은 양호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강우량이 늘면서 수확이 늦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과 미국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의 강세 또한 설탕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탕 가격이 치솟으면서 식품 물가 상승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설탕류는 즉석식품, 탄산음료, 밀가루, 맥주에 이어 국내에서 5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식품이다. 하지만 설탕류 자급률은 2020년 기준 36%에 불과하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7% 오르며 14개월 만에 3%대 물가에 진입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공식품은 7.9% 올랐다. 빵은 11.3%, 스낵 과자가 11.1% 상승했다.
제과업계에 따르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 설탕 함유 가공식품 원료비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에 달한다. 국제금융센터는 "원당은 밀에 이어 국내 식품산업 물가에 대한 파급 영향이 가장 큰 품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설탕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 1년간 하락세를 보였던 세계 식량 가격이 지난달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7.2로 전월(126.5)보다 0.6% 올랐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9.7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2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지난달 다시 상승했다.
농식품부는 "품목군별로 보면 설탕, 육류 가격이 전월보다 상승했고 곡물, 유지류, 유제품 가격은 하락했다"면서 "특히 설탕 가격이 전체 식량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 가격 동향을 조사해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5개 품목군별로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집계해 발표한다.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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