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밀려 주도권 놓친 구글…생성형 AI '총력전'
챗GPT에 밀려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밀린 구글이 차세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장착한 AI 챗봇 '바드'를 25개 제품에 결합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주력 제품인 검색을 포함해 이메일, 안드로이드, 클라우드 등 대부분의 구글 제품에 '바드'를 결합하며 AI를 통해 생활과 업무 방식을 전반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마운틴뷰에 있는 쇼어라인엠피씨어터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인 '구글 I/O' 개막 기조연설에 나서 "향후 AI를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을 발전시키는 가장 심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의 기술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검색엔진 '빙'에 생성 AI를 결합한 뒤 차례로 오피스 프로그램 등에 적용시키는 발빠른 전략을 펼쳤다면, 구글은 늦었지만 준비 시간이 길었던 만큼 한 번에 자사의 거의 대부분 제품에 AI를 결합하며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구글 I/O의 핵심은 차세대 LLM인 '팜(PaLM) 2'다. 구글은 그동안 '유니파이드 언어 모델'이란 프로젝트명으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작년 4월 '팜'을 소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업그레이드 버전인 팜2는 인간 두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파라미터 수가 5400억개로, 챗GPT의 LLM인 GPT-3.5(1750억개)보다 3배 이상 많다. 이를 통해 100여개 언어로 학습을 진행했다.
팜2를 장착한 바드는 이날부터 영어 버전을 세계 180여개로 확대한다. 구글은 우선적으로 미국과 영국에서만 바드 사용을 일반인에게 열었다. 또, 이날부터 영어 외에 한국어와 일본어로도 바드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서 구글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 바드를 먼저 공개한 것은 더 많은 피드백을 빨리 받고 이를 통해 서비스를 더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사용자 기준으로는 중국어나 스페인어가 많지만 한국과 일본 시장의 중요성 그리고 이 두 국가에서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바드는 40여개 언어로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구글은 바드를 검색 서비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비스에 장착해 성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특히 검색 분야에서는 AI를 결합해 이미지 뿐만 아니라 동영상까지 검색이 가능하도록 시각 분야를 보강했다. 보다 시각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개인화됐으며, 인간적으로 개선했다는 게 구글 측의 설명이다. 리즈 레이드 검색 담당 부사장은 "검색의 미래는 최고의 검색엔진과 최고의 생성 AI를 결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용 슬롯에 라벨이 명확하게 지정된 광고가 포함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AI를 결합한 검색 서비스는 현재 개발이 진행중이며 '서치 랩스'를 통해서 체험해볼 수 있다. 일반인들도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기능을 사용해볼 수 있다. 이날 시연에 따르면 구글 검색창에 질문을 넣으면 다양한 결과를 먼저 보여준다. 이후 상단에 AI 생성 버튼을 눌르면 채팅창이 나오며 여기서 대화 형태로 후속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빙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확실한 출처가 없으면 해당 문구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게 구글의 정책이다. 예를 들어 언덕길을 포함한 출퇴근에 좋은 자전거를 추천해달라고 검색창에 넣으면 이에 해당되는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여기서 AI가 더 적합한 모델을 추천도 해주며 가격 및 배송비, 환불 조건까지 알려줘 사용자의 선택을 돕는다.
사진 촬영에도 AI가 적용된다. AI로 사진을 수정할 수 있게 되면서 필요 없는 부분을 지우거나, 중심이 되는 피사체를 가운데로 옮길 수도 있다. 구글 맵에서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 도쿄 등 세계 15개 주요 도시에서 AI가 보다 현실적인 '이머시브 뷰'를 생성한다. 이를 길 안내에도 이를 도입할 예정이다. 개발자들의 코딩에도 바드를 활용할 수 있다. 원하는 코드를 자연어 형태로 입력하면 새로운 코딩 초안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작업중인 코드를 개선하거나 마무리할 수 있다. 그렇게 생성한 코드를 외부로 내보낼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지메일과 구글 독스에서 원하는 글의 초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스프레드시트나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할 때도 원하는 내용을 바드를 통해 검색하고 이와 관련된 내용 초안을 만들어준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의 업무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에도 AI 적용한다. 픽셀 스피치 기능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음성을 들으면서 번역해준다. 내 손 안의 자동 번역기가 생기는 셈이다. 또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도 AI를 통해 손쉽게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마운틴뷰=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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