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절반으로 최첨단 반도체 만들 것"…야심 드러낸 일본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일본 정부와 주요 기업이 자국산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라피더스의 생산 공정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세계 최고 수준인 1㎚(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해외 기업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처음 밝혔다.
고이케 아쓰요시 사장은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약 500명의 기술자로 양산 공정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는데는 1000여명의 기술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고이케 사장은 또 "2027년부터 양산을 시작해 2030년대에 매출 1조엔(약 9조6845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라피더스는 작년 8월 도요타자동차, 소니, 기오시아홀딩스, 덴소 등 일본 대표 기업 8곳이 출자해서 설립한 반도체 기업이다. 일본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까지 떨어지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기획했다.
라피더스는 2㎚(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미국 IBM의 기반기술을 활용하고, 벨기에 반도체 연구개발기관인 imec으로부터 2nm급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기술을 지원받기로 했다.
고이케 사장은 "imec이 네덜란드 ASML과 공동개발한 EUV 노광장치 1대를 2025년 시제품 제작 전까지 도입할 것"이라며 "추가로 한 대를 도입해 최종적으로 복수의 EUV 노광장치를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 공정을 담당하는 기술자는 현재 100명을 확보했다. 2nm 반도체를 만드는데는 1000~2000가지의 공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 운영자를 포함해 1000여명의 기술자가 필요한 이유다.
고이케 사장은 "자동화 등을 활용하면 절반의 인원으로도 대응할 수 있다"며 "imec의 기술자 육성 지원을 받아들여 2027년까지 충분한 인력을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nm보다 첨단 제품인 1nm대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고이케 사장은 "홋카이도 지토세시에 건설 예정인 공장에 1nm급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또다른 양산설비를 도입할 것"이라며 "양산 라인이 2035년께 갖춰지면 매출이 1조엔대를 웃돌 전망"이라고 말했다.
해외 기업의 투자를 받을 뜻이 있다는 점도 처음 밝혔다. '메이드 인 재팬' 반도체 양산의 과제는 자금이다. 경제산업성은 라피더스에 총 3300억엔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2nm 시제품 라인을 갖추는데 2조엔, 양산 라인을 까는데는 다시 3조엔이 든다.
고이케 사장은 "양산을 시작하는 2027년까지 자금조달을 위해 출자기업을 확대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IPO)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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