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올 들어 수차례 차량 가격을 인하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경고가 월스트리트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가격 인하로 수요를 끌어올릴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를 견딜 수 있을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모든 자동차 회사는 가격을 뚜렷하게 조정한다"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수요에 맞춰서 가격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서 최소 6차례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인하한 것에 대한 설명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잦은 가격인하로 주가의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테슬라가 올 해 내내 추가로 가격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의 예측을 넘어서는 상당한 추가 가격인하는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테슬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투자업체 트루이스트도 "테슬라가 중기적으로도 가격을 더 낮추고 매출총이익률(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이익의 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판매 증가를 통해 FSD(완전 자율주행) 등 서비스 판매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테슬라의 가격인하는 매출총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제외한 테슬라의 매출총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 말 22.6%에서 올 1분기 19.0%로 떨어졌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매출총이익률이 2분기에 16.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 인하를 통해 수요를 최대한 이끌어내려는 적절한 판매가를 찾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제프리스의 필립 후초이스 자동차 담당 연구이사는 "고객이 진정으로 거부할 수 없는 가격을 찾을 때까지 테슬라는 가격을 기꺼이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에 테슬라는 42만2875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애널리스트 추정치 평균인 43만2000대에 1만 대가량 못미쳤다. 머스크는 올해 총 180만대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분기당 45만대를 배송해야 하지만 지난 분기에 이에 못미친 만큼 남은 2~4분기 동안 이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자체적으로 설정한 목표치 만큼 수요가 올라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가격을 계속 인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잦은 가격 변동이 소비자의 수요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이는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프리스는 "가격이 지속적으로 바뀌면 테슬라 주가에 계속 역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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