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이미 팔았는데…AI 강조하던 손정의, 생성형 AI 투자 기회 놓쳐
생성형 AI 유니콘 기업 26개사 중 단 한 곳만 지분 보유
엔비디아 지분 2019년 매각…남은 건 암 IPO 뿐
투자는 타이밍이다. 일찌감치 AI 투자에 나섰던 손정의(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정작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열풍에 올라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6년 전부터 AI 기술에 주목하며 18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좋은 AI 투자처를 찾는 것이 얼마큼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손 회장은 6년 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를 출시하면서 "우리는 AI라는 한 주제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그는 1400억달러(약 182조8400억원)가 넘는 자금을 4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생성형 AI 유니콘기업 26개 사 가운데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회사는 하나뿐이다. 반면 소트트뱅크의 경쟁사인 코투, 라이트스피드,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등은 생성형 AI 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열린 연례회의에서 "내가 많은 실수를 해서 부끄러웠다"면서 다시 AI 분야에 선두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소프트뱅크는 생성형AI 중심에 선 반도체회사 엔비디다에 지난 2017년 4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4대 주주로 등극했지만, 이를 2019년 매각했다.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이후 10배 치솟았다는 점은 소프트뱅크의 가장 아픈 부문이다.
손 회장의 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그가 생성형AI가 아닌 AI 응용 기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가 후원하는 기업의 90%가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정작 AI 기술 개발에 특화된 기업들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미국의 음식배달 앱 도어대시와 한국 전자상거래앱 쿠팡 등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기술 기업의 주가는 최근 AI 붐에서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희망은 남아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에 인수한 반도체 칩 설계 기업 암(Arm)에서 많은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암은 조만간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인데 6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덕분에 5월 말 이후 소프트뱅크 주가도 33% 이상 급등했다.
WSJ는 "손 회장은 2017년부터 2022년 중반까지 실적발표에서 'AI'를 500회 이상 언급했다"며 "소프트뱅크가 얼마나 이 (AI) 부문을 강조했는지를 감안할 때 비전 펀드가 AI 투자 트렌드를 놓쳤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고 평가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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