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유럽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국의 긴축(금리 인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높아진 덕분이다.
11일(현지시간)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데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에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EMEA)에 상장된 채권 ETF에만 총 360억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동기간 순유입액 338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채권 ETF는 올해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흥행했다. 상반기 기준 총 1654억달러에 달하는 순매수가 이뤄졌다. 작년 하반기 순유입액 규모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급 기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채권 ETF 호황은 글로벌 ETF 업계의 순자산총액(AUM)이 상반기 10조32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업계 전반의 확장세 덕분"이라고 전했다.
카림 체디드 블랙록 유럽 ETF 투자 전략 책임자는 "채권 수익률 상승이 투자자들을 채권 ETF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3월 공격적 긴축에 나서면서 작년 초 연 1.5%를 밑돌았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최근 연 4% 가까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채권 투자자들은 과거 오랫동안 수익률이 훨씬 더 낮았던 만큼 (미국 시장보다) 더 큰 상승폭을 기대하고 있다"며 "(유럽 채권 시장의) 상승세가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이 이미 기술적 불황에 접어들었고 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주식 외에 분산 투자할 대안을 찾고 있는 것도 유럽 채권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TF 데이터 분석업체 트랙인사이트의 줄리앙 스카테나 책임자는 "미국에서는 ETF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채권형 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의 (잠재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채권 전략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ECB가 금리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낮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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