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재업체 엘앤에프는 대구의 부흥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꼽힙니다. 향토 기업들이 서울로 떠나가는 상황에서 대구에 본사를 짓고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떠나가는 안타까운 회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에 본사를 둔 에코프로그룹이 질주하며 '넘사벽' 차이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21일 에코프로는 11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올 들어 주가가 11배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도 각각 4배, 2배 상승했습니다. 에코프로그룹의 합산 시가총액은 69조1455억원입니다. 작년 12월 말 대비 6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반면 엘앤에프 시총은 9조7123억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올해 5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지주사인 새로닉스(5752억원)를 합해도 에코프로그룹의 7분의 1 수준입니다.
외국계 증권사, 국내 자산운용사 등 큰손들은 연초부터 엘앤에프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에코프로에 공매도를 치고 엘앤에프에 매수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는 에코프로는 급락하고 저평가된 엘앤에프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에코프로가 폭등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습니다. 손실이 커지자 엘앤에프를 대규모로 손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기관들의 엘앤에프 순매도액은 2169억원에 달합니다. 외국인도 427억원을 팔았습니다. 개미들은 2721억원 순매수하며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에코프로 열풍을 주도했던 유튜버들은 엘앤에프의 최종 고객사가 테슬라인 것이 단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납품사를 쥐어짜는 테슬라 특성상 엘앤에프가 큰돈을 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관들은 에코프로비엠이나 엘앤에프나 사업 구조상 차이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엘앤에프는 에코프로비엠 영업이익의 70% 수준을 내고 있는데 시총은 4분의 1 수준"이라며 "이유를 아무리 가져와도 정상이라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주식시장 평가와 달리 대구에서는 '갓기업'이라는 칭호까지 얻었습니다. 2005년 양극재 사업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 공장(경북 칠곡)을 제외하고 모두 대구 내에 공장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6500억원을 투자해 지은 다섯 번째 공장도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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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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