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의 설립자인 모리스 챙(92) 전 회장이 미·중 간 반도체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예견했다. 후발 주자인 중국이 한·미·일 그리고 대만으로 이뤄진 반도체 동맹을 넘어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챙 전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과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중국의 모든 '급소(Choke Point)'를 잡고 있어서다"라고 밝혔다.
챙 전 회장은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으로 이뤄진 반도체 동맹 '칩 4'와 첨단반도체 수출국인 네덜란드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급소를 쥐고 있으면 중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과 우방국이 핵심 부품과 기술을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챙 전 회장은 미국 행정부의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챙 전 회장은 "일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잃거나, 중국이 반도체 판매 금지를 회피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난 챙 전 회장은 국공내전과 중일전쟁 등을 피해 거처를 옮기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1949년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입학했다. 미국에 터전을 잡은 뒤 성공 가도를 달렸다. 1978년 반도체 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부사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중국계 미국인 중 최고위직이었다.
이후 1985년 대만 정부로부터 대만산업 기술연구원 원장직을 제안받아 귀국했고, 2년 뒤 TSMC를 설립했다. 챙 전 회장은 "나는 중국 공산당을 피해 대만에 왔고, 1962년 미국에서 시민권을 딴 뒤 계속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챙 전 회장은 중국이 대만을 전면적으로 침공할 가능성에 대해선 "아주 낮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이) 대만을 봉쇄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도 작고, 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현재 TSMC를 이끌고 있는 류더인 회장도 별도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TSMC의 반도체 공장 파괴를 우려해 대만 침공을 자제한다'거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반도체 공급선 확보를 위해 개입할 것' 등 시나리오를 일축했다.
류 회장은 "중국이 반도체 때문에 대만을 침공하거나, 혹은 침공을 자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든 것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나 양측의 결정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류 회장은 "미국 기업이 가격이 비싼 미국산 반도체를 구입할지 의문"이라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를 구매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TSMC는 지난해 총 400억 달러(약 51조 1천600억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착수했다. TSMC는 당초 2024년부터 애리조나 공장 1기 공정 시설의 가동을 시작해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전문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생산 시점이 2025년으로 늦춰진 상태다.
류 회장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주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법(CHIPS Act)과는 별도로 미국산 반도체 구입 업체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바이든 행정부에 설명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미국산 반도체 구입업체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미국 생산시설의 사업성이 제한될 것이라면서 "(지원 방안이) 현재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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