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배당률 상위 100개 종목, 주가는 오히려 하락"
미국 주식시장에서 배당률이 높은 종목들의 증시 성적표가 나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최근처럼 주식에 비해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국 단기 국채의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배당률만 좇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옳지 못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투자금융회사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분석가들은 10일(오후) 보고서를 통해 "현재 1년 만기 이하 미국 국채의 금리가 연 5%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주 투자에 좋은 한 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왕이면 같은 금액을 무위험 국채에 투자할 수 있는데, 배당률 5% 가량의 저성장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1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5.34%를 기록했다. 3개월 만기와 6개월 만기 미국 국채도 각각 연 5.44%, 연 5.49% 수준을 보였다. 분석가들은 "올해 고배당 주식의 수익률이 크게 부진해 배당금만으로는 저조한 실적을 만회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S&P 500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101개 종목은 주가가 연초 대비 평균 20.7% 상승했다.
반면 지수에서 배당금을 가장 많이 지급하는 상위 100개 종목의 주가는 같은 기간 3.2% 하락했다. S&P 500 지수의 올 들어 현재까지 수익률은 17%를 웃돈다. 분석가들은 "이를 감안하면 동기간 하락세를 보인 종목은 모두 실적이 크게 저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당률이 5% 이상인 29개 종목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대적 성과가 훨씬 더 약세를 기록했다. 이들 29개 주식은 연초 이후 평균 8.37% 떨어졌다. 지난 3년을 기준으로는 S&P 500 지수가 39.5%에 달하는 수익률을 거두는 동안 29개 종목들은 21.6%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가장 최악의 성적표를 거둔 종목은 글로벌 향수 원료 기업 인터내셔널 플레이버스 & 프레그런스다. 이 주식의 배당률은 5%이지만, 올 한해 동안에만 주가가 37%가까이 고꾸라졌다. 인터내셔널 플레이버스 & 프레그런스는 작년 초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보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잠시 급등했다 다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이 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