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올들어 최저…일본은행, 시장 개입할까
시장 개입 기준인 145엔 넘어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올해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벌어진 여파다.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작년 일본 당국은 24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최근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45엔을 재차 돌파하면서 또다시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장중 달러당 145.2엔을 넘어서며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145엔은 일본은행이 시장개입에 나서는 심리적 기준선에 해당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 들어 이날까지 9.5% 떨어졌다. 주요 선진국 통화 중 하락폭이 가장 크다.
미국과 일본의 국채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3일(현지시간) 기준 연 4.168% 수준인 반면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0.6%를 밑돌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장기 기준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변동폭 상한을 연 0.5%에서 연 1.0%로 높였다. 하지만 엔화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아직 고수하는 마이너스 금리에 변화가 생기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아직 있지만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지속하고 있어 엔화 매도세가 우세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 선에 가까워지자 일본은행과 일본 정부의 개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강달러 여파로 엔·달러 환율이 145엔 수준까지 오르자 일본 정부는 1998년 이후 24년 만에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이후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에도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넘어섰을 때 비공식 개입했다. 우노 다이스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전략가는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엔화 매입, 달러 매도 등) 실제 개입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15일 나올 일본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환율 변수다. 전문가들은 2분기 일본 GDP가 전 분기 대비 0.8%,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7%,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일본 경제가 성장하면 엔화 가치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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