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이위안 이어 연쇄 부도 위험
홍콩 등 아시아 증시 동반 약세
중국의 매출 1위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맞은 가운데 또 다른 중국 업체인 위안양그룹(시노오션)도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의 '도미노 디폴트'가 가시화하고 금융권 전이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14일 중국·홍콩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아시아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날 중국 국유 부동산개발업체 위안양은 2024년이 만기인 달러 표시 채권의 이자 2094만달러(약 280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앞으로 30일 안에 이자를 주지 못하면 디폴트를 맞는다. 이 채권은 홍콩증권거래소에서 거래정지됐다. 비구이위안이 지난 7일 만기가 도래한 달러 표시 채권의 이자 2250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하며 시장에 충격을 준 지 1주일 만이다. 비구이위안 채권 11종의 역내 거래는 이날 모두 중지됐다. 앞서 한 차례 디폴트 위기를 겪은 중국 3위 부동산개발업체 완다그룹도 채권 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징타이푸그룹은 지난 4월 디폴트를 선언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야쥐러와 신청 등 일부 건설사의 채무 상환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권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대표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이 만기가 도래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고, 그 규모가 3500억위안(약 64조원)에 달한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다른 신탁회사들도 작년 말부터 원금 및 이자 지급 능력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 디폴트 공포가 확산하면서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8% 하락했다. 비구이위안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18.37% 폭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0.34% 떨어졌다. 한국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79%, 1.15%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7% 떨어졌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권 이자 미지급으로 촉발된 부동산발 중국 경제 위기 가능성이 고조하고 있다. 중국 국유 부동산 개발 업체인 위안양그룹(원양집단·시노오션)도 14일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 개발업체가 줄줄이 디폴트를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가운데, 중국의 대형 부동산 신탁회사까지 현금 지급 능력을 상실하면서 금융도 영향권에 들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발 악재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위기를 맞은 중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외국인 자금까지 이탈하고 있어 중국 증시 앞날이 어두워졌다.
14일 위안양은 달러 표시 채권의 이자 2094만달러(약 280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위안양은 올해 1~7월 신규 주택판매 기준 20위권인 국유 기업이다. 같은 날 매출 및 신규주택 판매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중 1위인 비구이위안의 채권 11종(2조8700억원 규모) 거래가 중단됐다. 비구이위안은 1주일 전인 지난 7일 채권 이자 2250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공포를 일으켰다.
이날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업계에서도 악재가 불거졌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은 중국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홀딩스 등 3개사에 만기를 맞은 상품의 현금 지급을 미뤘다. 회사 대주주인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원인이라고 홍콩명보 등은 보도했다. 중신, 중성, 우광, 광다신탁 등 주요 신탁회사가 지난해 말부터 원금과 이자 지급에 힘겨워하고 있다는 설이 돌던 와중에 터진 악재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중룽신탁이 현금 지급을 연기하겠다는 규모가 모두 3500억위안(약 64조원)이어서 중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신탁회사는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신탁)받은 다음 이를 통해 창출한 수익을 배분하는 사업을 한다. 중국 금융권까지 '위험지대'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화→인구 유입→부동산 수요 확대'로 이어지던 순환 구조가 깨져서다. 중국 정부는 헝다의 디폴트를 겪으면서 부동산 경기부양보다 규제에 초점을 맞춰 왔다. 상황이 악화하면 중국 정부가 과감한 유동성 공급으로 '급한 불'을 끄고 경기를 부양하는 처방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부동산개발 업체의 연쇄 디폴트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자 사이에서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지게 된다. 비구이위안이 무너지면 파괴적인 연쇄 부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발점이 된 헝다보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 규모가 7배에 달하는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외국인 자금의 중국 증시 이탈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255억위안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작년 10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규모다.
비구이위안이 최종적으로 디폴트에 빠질지, 피해 갈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비구이위안의 순부채 규모가 7000억위안으로 매각 가능 자산(1조2000억위안)보다 작고, 2018년 이후 재무안정성 확보와 부채 구조조정을 진행해 온 점에 비춰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사태가 일단락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지원 확대를 발표하는 등 정책 지원도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위험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시각은 싸늘하다.
블룸버그는 부동산 경기침체 때문에 중국 경제에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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