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빚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천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겼다. 현재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전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192조8천억원에서 반년 새 8조원가량 늘어났다.
한전 부채는 2020년 말까지 132조5천억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말 145조8천억원, 2022년 말 192조8천억원으로 급증했다가 이번에 200조원대로 올라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2021년 이후 47조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 것이 총부채 급증의 주된 요인이다.
작년부터 5차례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과 올해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에 한전의 전기 판매 수익 구조가 점차 정상화되는 추세다. 그렇지만 한전의 재무 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평가된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현재 한전은 작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천200억원)의 5배인 104조6천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8조9천억이다.
문제는 올해 수조원대 추가 영업손실이 날 경우 내년 이뤄질 2023년 결산 후 한전채 발행 한도가 확 줄어든다는 점이다.
한전은 2021년 이후 급속히 불어난 누적 적자를 점진적으로 해소, 심각한 '재무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전은 지난 11일 2분기 실적 발표 시 "2023년 말 대규모 적립금 감소와 향후 자금 조달 제한이 예상된다"고 경고음을 내면서 "재무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현실화, 자금 조달 리스크 해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전기 판매가가 원가보다 쌌던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쌓인 한전의 막대한 부채를 두고, 현재 전기를 싸게 쓴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한전은 하루 평균 약 70억원, 한 달 약 2천억원을 순전히 이자로만 치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상반기 안정세를 유지하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최근 다시 들썩이는 점도 하반기 이후 한전의 재무 구조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영호 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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