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부동산 노출 과다에 지방정부 부채 심각
중국 금융 시스템이 누적된 악성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리먼식 해소방식도 필요하다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현재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가 채무 불이행 상태이고 최대 자산관리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은 서방 기준으로는 이미 금융 시스템의 붕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국 특성상 재정 수입을 토지 매매에 크게 의존하는 지방 정부의 불안이 증폭되는 것은 이 상황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은행 시스템은 94조 위안(1경7,245조원)의 지방정부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금융 자산의 29%에 해당한다. 게다가 최근 문제가 드러난 부동산 부문에 대한 노출이 약 58조위안(1경647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아직 금융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서방과 다른 중국의 정치 경제시스템 때문이다.
미국 대형 은행이라면 채무 상환이 잘 안될 가능성이 높은 사무용 건물 대출 장부를 어떻게해서든 처리해야 하지만, 중국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서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부채가 많은 12개 성이 재융자를 위해 최대 1조5천억위안(275조원) 상당의 특별 채권을 발행하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모기지 수요를 늘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왔다. 차이나 에버그랜드 그룹은 국제 채무를 불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역내 위안화 채권 상환을 연장했다. 근본적인 해결이 없이 은행 고객이 직면한 유동성 압박을 일시적으로 완화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무모한 대처가 악성 부채를 누적시켜 왔으며 은행 시스템과 경제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이 오랫동안 쌓인 유독한 악성 부채를 청산하기위해서는 리먼 브러더스 같은 방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중국 지방 정부는 자금조달 수단으로 LGFV (지방정부융자플랫폼) 채권을 주로 사용한다. 문제는 각 지방정부가 자금조달을 위해 만드는 페이퍼컴퍼니인 LGFV는 이를 통해 조달되는 자금이 공식 집계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4년 중국 정부는 감사를 통해 LGFV 부채의 3분의 2를 명시적인 정부 부채로 인식했다. 이후 4년간 이 차입금중 12조 위안 이상을 지방 정부 공채로 교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LGFV 부채는 이후 반등해 지난해 57조위안에 달했다. 이는 중국 GDP의 48%에 달한다.
LGFV 의 위험에 대해서 중앙 정부도 경고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정부의 악성 부채 외에도 그림자 금융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중지 엔터프라이즈 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중룽 국제신탁은 만기가 도래한 자산 관리 및 신탁 상품에 대해 약 1조위안을 지급하지 못했다. 중룽 신탁 등 중국의 신탁회사들은 중국 전체 대출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림자 금융 회사들은 한 투자자의 돈을 다른 투자자의 돈을 갚는데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상 폰지 사기와 같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은행들은 모기지 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이 합리적 수익성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기준치인 1.8%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충분한 자본 완충 장치가 없어 홍콩에 상장된 일부 중국 은행은 장부 가치의 0.3배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정부가 금융 시스템의 붕괴 없이 막대한 부채 더미를 관리하는 서킷 브레이커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리먼식 정화 방식을 거쳐서라도 가장 해로운 차입금을 청산할 때까지는 시한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코비드 폐쇄에서 벗어나 개방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외국 펀드 매니저들이 다시 중국 자산을 구매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의 악성 지방정부 부채 등 금융 시스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참여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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