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책 담보대출 기업 프레디맥을 인용해 이번 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평균 7.23%로 전주(7.09%)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리가 연 3.0%를 밑돌았던 2021년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모기지 신청도 뜸해졌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미국의 모기지 대출 신청 건수는 1995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기존 주택 판매 건수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샘 카터 프레디맥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주택 시장을 순환하게 해주던 '컨베이어 벨트(모기지)'가 멈춰 섰다"고 논평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7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 대비 2.2% 감소한 407만 건(연율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매매 건수이며, 주택거래 성수기인 7월 기준으로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모기지 금리의 상승세가 가파른 것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뜨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대신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모기지 금리는 보통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50년 평균값보다 1.75%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현재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0%까지 올린 Fed는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도 모기지 금리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올 상반기 인공지능(AI) 열기를 타고 미국 경제가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중국의 부동산 위기로 인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융업계에선 금리 수준을 높게 책정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장에서 모기지 채권을 대량 매도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은행 위기가 나타난 뒤 위험자산을 대량 매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해 지방은행은 3월 이전까지 모기지 채권에 거액을 투자한 바 있다. 실제 올해 2분기 은행업계의 모기지 채권 보유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7%가량 감소했다.
미국 모기지 채권 시장의 큰손인 Fed도 작년부터 채권 매입을 중단했다. 보통 Fed는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시중에 풀린 모기지 채권에 투자한다. 지난해 통화 긴축을 시작한 뒤 모기지 채권 매입을 중단한 것이다.
모기지 채권 중개업체 게이트웨이 퍼스트뱅크의 스티븐 플레상스 사장은 WSJ에 "이 사업에 뛰어든 1991년 이래로 시장 상황이 최악에 치달았다"며 "지난달 모기지 채권 발행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5%가량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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