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주식 추가 매수해 비중 늘려
엔비디아와 MS 구글은 주식 팔았음에도 비중↑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2분기에도 정보기술(IT) 기업 주식의 비중을 늘렸다. 애플과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등의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알파벳(구글) 등은 주가가 대폭 올라 주식을 대거 매도했음에도 포트폴리오에서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 셰브런과 엑손모빌 등 석유 기업들의 주식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비중을 줄였다. 기후 변화 방지를 위한 에너지 전환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래리 핑크 창업자·회장이 이끄는 블랙록이 운용중인 주식의 가치는 총 3조6280달러(약 4506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13F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록은 2분기에 애플 주식 약 463만주를 추가 매수했다. 애플은 블랙록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유한 애플 주식의 가치는 2016억달러(약 267조5000억원·지분율 6.37%)에 달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많이 산 기업 주식도 IT기업인 아마존과 메타였다. 블랙록의 포트폴리오에서 IT기업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 18.63%애서 올해 2분기말 26.35%로 급격히 높아졌다. 블랙록은 2023년 중반 전망(Midyear outlook)에서 "전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인공지능(AI)에 무게를 두고 수혜주를 포착하는 전략적인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주 투자 확대는 팬데믹 이후 기술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주가가 오른 영향이 크다. 블랙록은 대규모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다. 주가가 급등한 덕분에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음에도 비중이 높아진 기업도 있다. 블랙록은 2분기에 MS주식을 132만주, 엔비디아는 159만주나 팔았지만 MS는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4.57%에서 5.03%로 높아졌고, 엔비디아 역시 1.51%에서 2.12%로 급등했다. MS는 주가가 연초에 비해 대략 35%, 엔비디아는 200%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블랙록의 보유 주식 상위 1위에서 10위까지 가운데 8위까지가 IT와 기술주다. 블랙록은 "데이터의 중요성은 아직도 과소평가 되고 있다"며 "방대한 독점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더 빠르고 쉽게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해 혁신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른 업종에선 의료 서비스기업 유나이티드헬스와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간신히 10위권에 들었다.
블랙록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에너지기업 셰브런 주식을 가장(포트폴리오 비중 기준) 많이 매도했다. 912만주(약 14억3600만달러)를 팔아 지분율을 낮췄다. 엑손모빌 주식 역시 597만주를 매도했다. 석유 기업 비중을 줄이는 것은 탄소배출 기업 투자를 줄여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한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다. 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라 석유기업의 몰락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은 "탈탄소 경제로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데 대규모 자본의 재분배가 이뤄질 것"이라며 "지역과 부문에 따라 시점과 속도는 다르겠지만 저탄소 에너지의 비용이 기존 에너지원보다 낮아지는 티핑 포인트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도 금액 기준으는 주택 용품과 건축자재 유통업체 홈디포 주식을 가장 많이(18억200만달러) 팔았다. 홈디포는 팬데믹 기간중 급증했던 수요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홈디포의 2분기 실적은 증권가의 컨센서스보다는 양호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보다 순익과 매출이 감소했다. 헬스케어·바이오 기업인 써모피셔와 화이자의 주식도 매도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화이자는 팬데믹이 끝나면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들어 주가가 30%가까이 하락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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