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잭슨홀 미팅이 24일(현지시간) 개막했다. 특히 미국의 긴축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미팅이 열리는 미국 와이오밍주 시간으로 25일 오전 8시5분에 연단에 선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같은날 오전 10시5분이며 한국시간으로 오후 11시 5분이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잭슨홀에서 매년 8월에 열린다.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저명한 교수,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세계 금융시장의 현황과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여기서 기준금리 움직임과 Fed의 중장기 정책 방향을 파악할 수 있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 잭슨홀 미팅에선 파월 의장은 강성 매파로 돌변했다. 8분 50초 분량의 연설을 통해 카운터 펀치를 여러번 날렸다. 그리고 질의응답 하나 받지 않고 연단에서 사라졌다. 시장이 요동치길 바라며 작정하고 연달아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당시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정책대응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또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이 지연될수록 인플레가 고착화되기 때문에 인플레를 통제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인상을 하겠다"고 역설했다. 시장에선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bp(1bp=0.01%포인트) 올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무엇보다 공포에 떨게 한 발언은 "언젠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겠지만 가계와 기업도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점잖게 말했지만 한 마디로 "어금니 꽉 깨물고 맞을 각오해라"였다. 이 발언 여파로 S&P 500 지수는 두 달간 20%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이전의 잭슨홀 미팅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현재와 상황이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긴축 이전의 시기였고 파월 의장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Fed의 기존 정책 노선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또는 Fed의 새로운 정책이나 기조를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021년 잭슨홀 미팅이 대표적이다. 당시 파월 의장은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했다. 개인소비지출(PCE)물가는 3 개월 연속 4%를 상회하고 근원 PCE물가도 4개월 연속 3%를 상회하던 때였다. 그래도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균 2%로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서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가능하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인플레이션은 지속됐고 그 강도는 날로 강해졌다.
2020년 잭슨홀 미팅에선 파월 의장은 평균 물가목표제를 들고 나왔다. 물가상승률이 평균 2%가 넘어야 금리를 올리겠다는 얘기였다. 물가가 한 두번 2% 위로 올라간다고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저금리 시대 초장기화'를 공식화한 것이다.
2019년 잭슨홀 미팅에선 파월 의장은 크게 존재감이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을 견디던 때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금리인하를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기 위해 원론적인 내용만 되풀이했다. 그는 당시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볼 때 우리 경제는 목표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과제는 경제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영향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의 기억이 너무 강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인하를 하지 않고 버티는 파월 의장을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파월 의장 가운데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파월 의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단기 정책을 예고하기 위해 연설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그동안의 통화정책 성과를 뒤돌아보고 향후 정책 방향에 관한 폭넓은 틀을 제시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블루밍비트 뉴스룸
news@bloomingbit.io뉴스 제보는 news@bloomingbit.io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