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원타오 "노력할 준비 돼 있어"
첨단기술·광물 수출 통제 다룰
실무그룹 구성하기로 합의
바이든·시진핑 만남 성사도 관심
중국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미·중 경제 관계의 안정을 강조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도 "양국의 무역과 투자가 촉진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국 상무장관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등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무역·투자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연내 회동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러몬도 장관은 중국 베이징에서 왕 장관과 회담했다. 러몬도 장관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세계가 미·중의 안정적인 경제 관계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양국의 관계가 복합적·도전적이라며 "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직접적이고 개방적이며 실용적이라면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왕 장관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중요하다"며 "양국 기업에 더 유리한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반도체, 희귀광물 등 영역에서 상대를 겨냥한 수출 규제 조치 같은 현안과 의사소통 채널 구축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몬도 장관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중국 규제와 관련해 중국 기업들의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반간첩법 등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중국과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관광, 문화 분야 협력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몬도 장관은 "미·중 간 관광이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미국에 300억달러의 경제 효과와 5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 27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해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러몬도 장관은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를 방문해 현지 공산당 서기와 미국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7년 만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에 이어 최근 중국을 방문한 네 번째 미국 고위 관리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러몬도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의 수출 통제 문제와 무역 관계를 다룰 실무그룹을 구성할 계획이다. 부동산 위기, 디플레이션 등 전례 없는 경기 불황에 빠진 중국은 미국의 대중 경제 제재가 이번 러몬도 장관 방중을 계기로 완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1일 러몬도 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 발표 직후 27개 중국 기업·단체를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러몬도 장관은 "국가 안보 문제는 타협·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며 선을 그었다. 디리스킹(위험 제거)은 불가피하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첨단산업을 둘러싼 양국의 대립은 최근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기술과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제품 수입을 제한하고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이달에는 미국이 반도체·AI·양자컴퓨팅 분야를 대상으로 대중 투자 규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선 러몬도 장관을 비롯한 미국 고위 인사들의 방중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을 하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러몬도 장관은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문했다"며 "관계 안정화에 대한 양측의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신정은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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