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한방' 없는 경기회복 대책
외국인 이탈 막기 위해 稅혜택
연일 대책 쏟아내는데 시장 냉랭
올 성장률 3~4%대 그칠 전망도
美·中 통상 차관보급 회의 첫 개최
허리펑, 러몬도에 "협력 준비됐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바주카포'(대형 화력을 지닌 경제 정책을 뜻하는 말)를 쏘지 않는 한 반전은 없을 것"이라는 혹평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중국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의 무역·통상 갈등을 봉합해 자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려고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쿤 재정부 장관과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은 전날인 28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가속화하고 정책적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같은 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재무부는 중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소득세 우대 정책을 연장하겠다는 성명을 역시 전날 냈다. 외국인 소득세 우대는 올해 만료 예정이었으나 2027년까지 연장된다. 세금 우대 조치는 외국인과 외국 법인의 '탈(脫)차이나'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소비 진작, 증시 활성화, 부동산 안정을 위한 각종 부양책 패키지를 꺼내 들고 있다. 인민은행도 지난 6월에 이어 이달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인하하면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증시 안정화 대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자산운용사 주식 순매도를 금지했고, 28일엔 주식거래 인지세를 절반으로 인하했다. 금융당국은 이날도 '창구 규제'를 통해 여러 대형 뮤추얼펀드 운용사에 자산 매각 제한 지침을 내리며 증시 방어에 주력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의 부양책이 종류만 많을 뿐 강력하지는 않다고 평한다. 투자은행(IB) 에버코어ISI의 중국 연구소 소속인 네오 왕 매니징디렉터는 "2008년 발표됐던 4조위안 규모 부양책과 맞먹는 바주카포를 쏘지 않는 한 본토 증시에서 큰 반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학자들도 중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작년 대비 5.1%로 나왔다. 직전 조사의 예상치인 5.2%보다 낮아진 수치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 역시 이전 전망치(0.9%)보다 더 낮아진 0.7%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했다. 일각에선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중기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4%대로 하락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미·중 갈등 완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 역시 중국 경제 침체가 자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미·중 경제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0일까지 나흘 동안 방중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러몬도 장관은 29일 허리펑 부총리와 회동해 미·중 관계 개선에 관해 논의했다. 허 부총리는 미·중이 협력하기를 바란다며 러몬도 장관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수출통제 조치 시행과 관련한 정보 교환을 위해 차관보급 대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날 베이징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양국은 통상과 투자 현안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차관급 실무그룹도 구성하기로 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은 미국과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에 미 국채 매입을, 중국은 미국에 수출통제 블랙리스트 기업 제재 완화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장서우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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