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요동…150弗 vs 80弗 전망 '극과 극'
석유업계 "더 오를 것"
친환경 과속에 에너지 부족예상
OPEC 감산 지속땐 유가 치솟아
금융업계 "급락할 것"
고금리 장기화로 美 경기 하강
中 부동산발 글로벌 침체 전망
국제 유가가 3개월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한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 인도분은 배럴당 88.82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97달러(-2.17%) 하락했다. 지난 6월 중순 배럴당 67달러 선에서 지난달까지 30% 이상 급상승해 93.7달러까지 올랐던 WTI 가격은 최근 소폭 내림세를 나타냈다.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수요 측면에선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란 예상과 각국의 긴축으로 경기가 급락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나온다. 공급 쪽에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관건이다. 친환경 에너지 공급이 지지부진하면 원유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염두에 둔 서방 석유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투자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연말까지는 유가가 강세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의 경기 흐름이 양호한 데다 중국의 수요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석유 제품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은 중국의 하반기 항공유 소비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여행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이번 연휴기간 해외여행 예약은 지난해에 비해 20배 가까이 늘었다.
공급 측면에선 사우디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10개 산유국의 감산이 최대 변수다. 사우디는 하루 최대 생산량이 1225만 배럴에 달하지만 지난 8월 생산량은 하루 평균 898만 배럴에 불과했고, 최소 연말까지 감산을 유지할 계획이다.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투자가 지연되면서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셰일가스 기업 콘티넨털리소스의 더그 로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정부가 탐사를 장려하는 추가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업계에선 투자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슈퍼 사이클’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석유기업들의 설비 투자 부족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2014년 8870억달러에 달한 글로벌 석유·가스 투자는 2015~2022년 연평균 5210억달러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조만간 원유값이 급락할 것이란 반대 예상도 적지 않다. 선물시장에서 WTI 원유의 11월 인도분 가격은 88달러를 넘나드는 반면, 내년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배럴당 81~82달러 선에서 머물고 있다. 금융기업과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내년 봄 유가 하락을 점친다는 얘기다. 씨티그룹은 이날 4분기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으로 74달러를 제시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고금리 정책 장기화로 실물경기 하강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 근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유가 급등을 포함한 네 가지 위험 요소를 지목했다. 자동차 노동조합 파업 장기화, 정부 셧다운, 이달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등이 실물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중국 경제의 연착륙 실패 전망도 유가 하락론의 주요 근거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은 2021년 채무불이행 이후 최근까지 회생을 추진했지만 파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헝다는 지난달 중국 내 위안화 채권 원금과 이자 40억위안(약 7358억8000만원) 상환에도 실패했다. 쉬자오인 회장 등 경영진은 구금된 상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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