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들 사태 지켜보고 있어"
이란 배후 지목되면 확전 가능성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반세기 전 ‘석유파동’을 일으킨 제4차 중동전쟁 50주년을 하루 앞두고 발생하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제 유가가 단기간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만,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50년 전처럼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2023년 10월과 1973년 10월의 유사점은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과 이에 따른 유가 상승뿐”이라며 “세계 경제가 또다시 아랍의 원유 금수조치를 겪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더 높은 유가 시장에 직면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973년 10월 6일 이집트·시리아 등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은 ‘1차 석유파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아랍 석유수출기구(OAPEC) 회원국들이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하면서 유가가 3배 가까이 치솟는 등 세계 경제가 휘청였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아랍권 국가들과 벌이는 전쟁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고 있다”며 “이집트와 요르단,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 시장 수요도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 1973년에는 석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유가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현재는 석유 소비 증가세가 완만해졌고 전기차 시대가 현실화하면서 앞으로 더욱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산유국들의 움직임과 관련해선 “1973년 10월 석유 금수조치 직전 석유수출기구(OPEC) 국가들은 일방적으로 공식 석유 가격을 약 70% 인상했다”며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를 현재 85달러에서 10~20% 더 올려 배럴당 100달러를 조금 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번 전쟁이 이란의 책임으로 번지는지 여부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유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금수 조치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이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이란산 원유 우회 수출을 용인하면서 올해 이란산 원유 생산량은 하루 70만배럴 가까이 늘었다. 물론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면 ‘어부지리’로 석유 시장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어 백악관도 신중함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증권 시장 역시 이번 전쟁의 확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하원의장 해임과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미 증권 시장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은 추가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탈마켓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하마스의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발표하는지, 그로 인해 이번 분쟁이 확전될지 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전쟁이 확전되면 전 세계 주식시장을 분명 짓누를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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