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간 하마스 공격 암시한 이란…서안지구로 '확전' 노린다
이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수 개월 전부터 암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단체들이 또다른 팔레스타인 자치구 서안지구에서 힘을 키우면서 서안지구로 분쟁이 확장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약 1년 2개월 전인 지난해 8월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살라미 사령관은 “이스라엘의 가장 큰 약점은 지상전”이라며 “지상군을 배치하고 단계적으로 땅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상전이 시작되면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RGC 장교들이 지난 8월부터 하마스와 협력해 이스라엘 침공을 고안했다며 “지난주 월요일 이란 당국자들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회의를 열고 하마스 공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인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슬라믹지하드 등의 대표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린폴리시는 이란이 올 들어 이들 무장단체들에게 가자지구에서 서안지구로 분쟁을 확대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점령한 가자지구와 달리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집권당인 파타가 통치하고 있다. 파타는 이스라엘 파괴가 목적인 다른 무장단체들과 달리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고 협상하려 하는 상대적 온건파다. 그러나 최근 무장단체들이 서안지구를 장악하려 하며 파타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가자지구에서서 진행되던) 로켓 공격이 최근 서안지구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장시키려는 시도도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란은 서안지구 반군에 급조폭발물(IED)을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지도부는 무기 밀수가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무장단체들에게 IED 제조 지식도 전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안한 국제 정세와 이란 및 이스라엘의 정치 상황이 이란의 결단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포린폴리시는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예비군들의 전투 불참 가능성이 커졌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아시아에 주목하는 미국이 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란 최고위층의 믿음이 있었다”며 “이란이 (미국과 핵협상을 진행하는 등) 핵무기 보유국 지위에 접근하며 이스라엘의 보복에 대한 면역력을 키웠다는 자신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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