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마이웨이' 밀어붙이는 이 분야…'新먹거리' 된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탄소포집저장활용기술(CCUS)의 세계-下
화석연료를 개발·사용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저장·활용하는 기술(CCS·CCU)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탄소감축 진정성'이 비판받는 데에는 배경이 있다. 에너지 기업들이 1970년대부터 석유나 가스를 증산하기 위해 탄소를 지층에 주입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왔다는 점에서다.
미국 정부가 과거 해당 기술의 탄소 포집 기여도를 명분으로 내세워 에너지 기업들에 막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했던 것도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샀다. 실상은 미국 에너지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지적이다.
美는 기후위기 대응의 '탈' 씌운 산업 경쟁력 확보에 '실탄 총력'
석유증산기술(EOR)은 땅속에서 원유를 채굴할 때 처음보다 압력이 하락해 채굴량이 줄어들면 물이나 가스를 주입해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주로 물이 사용됐지만, 기업들은 점차 물보다 저렴한 탄소를 활용해 유전의 회수율을 높여왔다.
미국 정부는 2008년부터 탄소 격리 기술에 세법상 45Q 세액 공제 조항을 적용해줬다. 2018년부터는 CCUS 확산을 장려하기 위해 45Q 인센티브를 대폭 늘려 1t당 최대 50달러의 세금 크레딧을 제공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미 정부가 자국 석유 산업의 EOR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액 공제 제도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CCUS보다 EOR 프로젝트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2년여 전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 같은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발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과 '클린테크 제조업 경쟁력 육성'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했는데, CCUS 산업에서도 45Q를 더욱 확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앞으로 CCUS 프로젝트에는 탄소 1t당 180달러까지 세금 공제 혜택이 주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기세를 몰아 EOR에 대해 "CCUS와 마찬가지로 탄소감축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는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등 산유국들이 대부분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나라들은 "EOR에 탄소저감 효과를 인정하는 순간 산유국 중심으로 탄소경제 주도권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누가 뭐래도 탄소감축 기여도 有…급성장하는 CCUS시장
국제 사회에서 CCUS가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목표에서 탄소감축에 기여하는 정도는 평균 15%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CCUS와 EOR을 둘러싼 미국의 속셈이 어떻든, 또는 "CCUS는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에 면죄부를 준다"며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입김이 얼마나 거세든 CCUS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 경영진이 "인류가 화석연료를 당장 끊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화석연료를 외면하기보다 우리가 보유한 탄소 처리 관련 전문성을 활용하는 게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로벌 CCUS 시장은 2019년 국제해사기구(IMO) 등이 탄소의 국가 간 이동(수출) 및 해외 저장을 허용하기로 합의한 뒤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조선업 강국인 한국의 경우 탄소를 대량 수송하는 선박 제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CUS의 신(新)산업 부문으로 수송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관점이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CCUS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하거나, 국외 탄소 감축분을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동해에서 중규모 CCS 통합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산업 단지에서 배출되는 연간 120만t의 탄소를 포집해 동해가스전에 저장한다는 구상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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