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열린 STO 자문시장…금융·블록체인·투자 전문가가 뭉쳤다[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AT커니코리아, STO 자문 전문 금융 프랙티스 출범…현업 전문가와 합심
금융위원회가 STO(Security Token Offering·토큰증권발행) 법제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STO 자문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커니코리아는 STO 시장의 확장을 예상하고 2년 전 일찍이 자문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엔 전략수립부터 사업모델 개발, 플랫폼 구축까지 도맡는 전문성 있는 조직도 출범시켰다.
블록체인 기반의 현업 전문가들이 합류했다. 커니코리아 전략컨설팅 부문에서 금융산업을 담당하는 김은영 파트너를 구심점으로, 블록체인 테크기업인 원셀프월드의 조창현 대표, 비시드파트너스의 장원태 대표가 모였다.
이들은 모두 커니코리아 출신의 선후배 관계다. 조 대표와 장 대표는 커니에 있다가 현업으로 이직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조 대표는 ICO(가상자산공개)와 DeFI(탈금융화금융), NFT(대체불가능토큰), STO 등과 관련해 실제 프로젝트를 구축시킨 경험이 있다. 장 대표는 국내에서 미술품 조각투자를 처음 시작한 인물이다. 부동산 STO 플랫폼인 비브릭(BBRIC)과 미술품 조각투자의 프로라타아트를 운영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STO를 어떻게 이해하면 쉬울까.
장원태 대표(장) :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의 개념을 구별해서 봐야 한다. 조각투자는 실물이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하고 거래하는 투자 형태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자산을 구조화하는 새로운 형태다. 토큰증권은 조각투자한 자산을 소유주로서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방식이다. '분산 원장'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권리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조각투자한다고 해서 토큰증권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소유 증명을 위해선 필요하다.
조창현 대표(조) : STO의 활용은 부동산, 미술품 등 콘텐츠가 될 만한 지적재산권(IP)이라면 모두 가능성이 열려있다. 최근 국내에선 공차가 새 지점을 낼 때 출점 비용을 조각투자 방식으로 모집해 성황리에 마친 사례가 있었다. 원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이나 공연에 조각투자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지금은 엔터기업에만 투자가 가능하다.
▶STO가 법제화되면 어떤 이점이 있나
김은영 파트너(김) : 일반 투자자에게 사모투자나 대형 부동산,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은 접근이 쉽지 않은 마켓이었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열렸던 거래가 개방화되고 많은 사람들도 향유할 수 있게 기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STO 도입으로 인해서 그간 평가받지 않았던 실물 기초자산들에 대한 가치평가도 가능해진다.
장 :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등기라는 절차로 소유권을 인정받지 않나. 하지만 미술품을 갖고 있다고 해서 소유증명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옥션에서 계약서를 받아가는 정도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로 안정적인 소유증명이 가능해진다. 소유 증빙이 쉬워지면 사고파는 행위도 쉬워진다.
▶STO 전문 프랙티스는 어떻게 출범하게 됐나.
장 : 미술품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증권사들에게도 이용을 권해봤는데 다들 관심은 있지만 실제 실행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규제 리스크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초 금융위에서 내년까지 법제화를 마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김 : 2년 전만 해도 증권사들의 STO에 대한 시각은 '뭔지는 몰라도 앞으론 중요하다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게 중론이었다. '글로벌 진출에 있어 STO 시장의 방향성을 제시해달라'거나 '내부에 STO 조직을 별도로 신설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경우는 많았지만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희박했기 때문에 실제 개발에 착수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당국이 올초 행동에 나서면서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플랫폼 구축을 위한 준비가 본격화됐다. 현업에서 실제 플랫폼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과 힘을 합치면 A부터 Z까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조·장 대표와 합치게 된 이유다.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증권사들과 협업해 STO 플랫폼 구축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조 : 김 파트너 말대로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로 급속도로 업계에 동력이 생긴 상황이다.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STO 관련 시스템과 솔루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제안 발주를 하고 있다.
▶STO 시장 선점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조 : 토큰증권을 운영할 블록체인 네크워크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시스템 구축은 필수인데 기존 MTS 등 레거시에 붙이는 형태로 갈 것인지, 새로운 채널을 만들지가 아직은 다들 고민인 것 같다.
김 : 증권사가 STO를 하려는 이유는 플랫폼에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키(key)는 결국 모객이다. 기본적으로 많은 고객이 유입돼야 한다. 매력적인 기초자산을 소싱해 고객에 제공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STO의 본질은 금융업이다. 매력적인 금융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남들 다 하는 꼬마빌딩 조각투자는 차별화가 안 된다.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매력적일 수 있다.
장 :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이 성공 여부를 가를 수 있다. 매력적인 자산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얼만큼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을 붙일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똑같은 적금 상품이라도 스토리는 저마다 다르다. 2018년 미술품 조각투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가 내건 메시지는 차별화된 소유 경험이었다. 첫번째 아이디어는 미술품을 온전히 살 필요 없이 필요한 지분만큼 사게 해준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내가 미술품을 가졌다고 해서 꼭 우리 집 거실에 걸려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전시실을 운영해 언제든지 와서 그림을 볼 수 있게 했다.
▶STO 시장 성장에 있어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조 : 현재는 증권사가 주도하지만 시장이 점차 커갈수록 다양성이 업의 본질이 되는 시대가 될 수 있다. 누가 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보유 자산에 차별성이 있는 회사, 고객 접점이 많은 회사가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잘 팔릴 만한 자산, 즉 킬러 아이템이 나오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 같다.
김 : 고객사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수익화 여부도 관전거리다. 디지털 손해보험사와 비슷한 흐름을 가져갈 것 같다. 디지털 손보사의 손익분기점(BEP)으로 통상 최소 3년에서 최장 5년을 목표로 제시한다. 이 기간 내에 BEP에 도달하지 못한 곳은 이후에 조달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STO도 플랫폼 비즈니스를 위한 수단이란 점에서 빠르게 BEP에 도달하는 등의 성공 스토리가 나와줘야 영속성이 생긴다.
하지은 기자(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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